정부, 티메프 사태 원인 ‘정산주기’ 축소 방안 검토
정산주기 축소 시 이커머스 플랫폼 현금흐름·수익성 타격 불가피
정산주기 단축·수익성 개선으로 1분기 흑자낸 컬리, IPO 재추진에 악영향 우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컬리 등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티메프 정산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주기가 지적되는 가운데 올해 초 수익성 및 현금흐름 지표 개선 효과를 위해 정산주기를 늘린 컬리의 IPO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유통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커머스 업체 대금 정산 주기와 현금성 자산 비율 등을 포함한 정산 대금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티메프 판매대금을 본사 경영 자금으로 이용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타 플랫폼 대비 긴 티메프의 정산주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네이버, 카카오, 쿠팡,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무신사, 롯데쇼핑 등 주요 오픈마켓 실무자들과 판매대금 정산 실태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2일 기획재정부는 티메프 사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커머스 발 판매대금 정산지연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정산주기 축소, 판매대금 예치 확대 등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가 이커머스 대금 정산주기 단축에 나서면서 일부 이커머스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등 재무지표에도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컬리는 올해 초부터 대금 정산주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매월 1~말일까지 입고되는 상품 대금을 다음 달 말일에 지급했으나 대금 정산주기를 변경해 1~10일 납품 건은 기존과 동일하게, 11~20일 납품 상품은 두 달 뒤 10일, 21~말일 납품 건은 두 달 뒤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컬리는 대금 정산주기 연장이 적용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308억 원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BITDA는 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억 원 늘었다. 이에 대해 당시 컬리는 “매출 증가에 더해 상각비 등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금성자산 역시 1분기 말 기준 1830억 원으로 전년 말(1187억 원) 대비 643억 원가량 늘어났다.
다만, 공급사에 지급해야 할 외상매입금 등을 뜻하는 매입채무도 지난해 말 1384억 원에서 1분기 말 2072억 원으로 약 688억 원 증가했다. 향후 대금주기 관련 규제에 따라 정산주기가 단축되는 경우 실적 및 현금흐름 변동이 불가피하다.
컬리는 2021년부터 IPO에 나섰으나 지난해 초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외부 사무실 통합, 마케팅비 및 판매관리비 절감에 나서는 등 수익성 개선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사상 첫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IPO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다만,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에서는 컬리를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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