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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문 동의할 의무 없는데… 보험금 못 준다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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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그래픽=이은현

증식치료를 20회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한 A씨는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에 동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청구에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되거나 보험사기가 의심될 때 또 다른 전문의에게 치료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A씨가 20회에 걸쳐 치료를 받은 것이 과잉진료는 아닌지 확인해보겠다는 뜻이다.

A씨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보험사 측은 “보험금 지급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언제까지 연기되는 것이냐”고 묻자 관계자는 “의료자문에 동의할 때까지다”라고 답했다. 의료자문 동의에 강제성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보험사 측은 A씨에게 ‘화해’를 언급했다. 보험에서 화해란 삭감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일종의 합의다. 하지만 보험금을 정상 지급하는 대신 앞으로 몇 년 동안 해당 치료를 받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A씨는 보험사 제안을 받아들여 보험금을 받고 더 저렴한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보험사들이 과잉진료를 막겠다며 의료자문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보험사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협박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 또는 지급 거절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치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다 보험사 의뢰로 진행되는 만큼 보험사에 편향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6곳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의료자문은 3만1128건이다. 같은 해 상반기(2만7914건)보다 11.5%, 2022년 하반기(2만5579건)보다 21.6%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장 많은 의료자문을 실시한 곳은 삼성화재(9074건)였고 현대해상(5234건)이 뒤를 이었다.

고객은 의료자문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하고 있는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보면,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실시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고객이 이에 따라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자문에 동의할 경우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 동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이 의료자문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이 의료자문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

하지만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보험사가 많아지고 있어 고객은 강제로 의료자문에 동의하는 상황에 놓인다. 심지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라면서 버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자문에 동의할 때까지 보험금 지급을 연기한다는 게 결국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말을 들으면 가입한 보험이 해지되거나 또 다른 보험금을 받지 못할까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아파도 참겠다며 치료를 포기하거나 좀 더 저렴한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의료자문 부동의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보험사 행태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에 따라 판단해야 될 문제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자문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서 회사가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데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지 봐야 한다”며 “합리적 사유가 없다고 하면 문제가 된다”라고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는 내부적으로 약관에는 존재하지 않는 치료의 ‘적정 횟수’를 정해놓고 있다. 가령 증식치료의 적정 횟수를 20회로 설정하면, 20회 이상 치료를 받은 고객에게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은 보험사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보험사는 특정 상품의 손해율이 높아지게 되면 적정 횟수를 20회에서 15회로 낮춘 뒤, 15회 이상 치료를 받은 고객에게 의료자문에 동의하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다. 통상 ‘보험금 심사 청구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치료의 적정 횟수의 기준을 낮춘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적정 치료 횟수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보험 사기가 많아져 보험사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면서도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과잉진료라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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