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올림픽에 처음 나서는 선수가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을까. 세계신기록으로 시작하더니 출전한 모든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신궁’ 임시현(21·한국체대)의 ‘클래스’는 과거의 전설적인 선배들과 비교해도 특별하다.
임시현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부 개인전 결승에서 남수현(19·순천시청)을 세트 점수 7-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단체전에선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과 함께, 혼성전에선 김우진(32·청주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임시현은 개인전마저 제패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임시현은 2020 도쿄 올림픽 안산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하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놀라운 건 임시현이 성인 무대 국가대표에 발탁된 게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출전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단체-혼성전을 싹쓸이하며 3관왕에 올랐다.
당연히 이번 올림픽도 임시현에겐 첫 무대였다. 지난해에 빼어난 기량을 입증했음에도 ‘경험 부족’ 등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고, 임시현 스스로도 어린 나이에 ‘에이스’라는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기에 쉽지 않은 무대였다.
그러나 임시현은 이를 오로지 실력으로 이겨냈다. 대회 3개월 여를 앞두고 열린 월드컵에서 만난 그는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낙관했는데, 이는 단순한 자신감에서만 비롯된 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시작부터 대단했다. 랭킹라운드에서 694점을 기록, 기존 강채영의 기록(692점)을 2점 앞선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그래도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열린 여자 단체전, 동생 남수현과 언니 전훈영과 함께 나선 그는 팀의 마지막 주자로 ‘에이스’ 노릇을 하며 금메달을 이끌었다. 2번의 슛오프가 이어질 정도로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임시현이 뒤를 든든히 받쳤다.
이어진 혼성전에선 남자부 랭킹라운드 1위 김우진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엔 먼저 활을 쏘며 부담을 조금 내려놓았고, 역시나 흔들림은 있었으나 쓰러지지 않고 또 하나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마지막 개인전. 임시현은 이번에도 최고의 자리를 놓지 않았다. 64강과 32강을 여유 있게 통과한 그는 이날 16강과 8강도 순조롭게 통과했다.
4강부터는 한국 선수들과의 승부. 그는 혼성전을 치른 뒤 동료들과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 “즐기는 선수가 이길 것”이라 했다. 그리고 임시현은 4강에서 전훈영, 결승에선 남수현을 누르면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여자 양궁 신궁의 계보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임시현만큼이나 단기간에,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였던 선수를 찾는 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임시현의 생애 첫 올림픽은, 과녁 정중앙을 꿰뚫은 ‘퍼펙트 10점’ 만큼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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