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한양증권 새 주인 된다…인수가 2450억 제시 [시그널]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의 새 주인이 된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주당 6만 5000원을 제시, 29.6% 지분에 대해 2448억 원을 투입한다. 다만 한양증권의 불투명한 매각 과정에 대한 잡음이 나오면서 금융 당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또 다른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 등 매각 측은 한양증권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KCGI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29.6%(376만 6973주)로 매각가는 약 245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7배의 높은 프리미엄을 반영했다. 이날 한양증권의 종가는 1만 5580원, 시가총액은 1983억 원이다. KCGI는 “저평가된 보유 부동산과 올해 예상되는 수익 등을 반영하면 과거 증권사 PBR 거래 배수의 상단으로, 합당한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양학원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41.07%(522만 7243주) 중 한양학원 4.99%,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 4.05% 등은 남긴다.

이번 인수전에는 KCGI, LF그룹, 케이엘앤파트너스·HXD화성개발 컨소시엄, 케이프증권 등이 참여했다. KCGI와 LF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엇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매각 측은 LF그룹을 차순위로 선정했다. KCGI는 실사를 진행하고 5주간의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받았다. 합의 시 1주 연장이 가능하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0위권의 강소 증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 원, 당기순이익은 351억 원에 이른다. 기업금융·채권 부문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평가받으며 재단의 캐시카우이기도 하다.

KCGI는 한양증권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KCGI·KCGI자산운용·KCGI대체운용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KCGI는 “한양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증권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며 레버리지 배율(자산/자기자본)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몇 가지 이유로 사실상의 ‘경영권 파킹딜’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매각 공식화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돼 불과 3주 만에 우협 선정까지 마친 점, 경영난 속에서도 한양학원과 김 이사장 모두 ‘5%룰’로 불리는 대량 보유 보고 의무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지분을 남기는 점 등이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거래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김 이사장의 장남이 KCGI운용에 입사했고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양대 경영대학 대우교수로 활동하는 등 KCGI가 한양학원과 밀접한 관계이기도 하다.

한양증권 전체 시총을 넘어서는 인수 가격인 만큼 자금 조달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상 지분가치(약 600억 원)의 4배를 주면 사자마자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CGI는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다수의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의향 확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은 공식적으로는 대학과 병원의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한양대는 16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여파가, 한양대병원은 수년간 적자인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까지 겹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PF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만약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통해 회계가 분리된 법인인 한양산업개발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원칙상 사립학교법 위반이 된다.

금융감독원은 대주주 변경 심사 시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파킹거래면 허위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위중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상장사면 공시 위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후 지난 1년간 단 한 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한양증권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대표는 “한양증권의 전통을 이어받아 기존 대주주 및 임직원과 상생해 경영해나갈 계획”이라며 “금융 당국의 적법한 승인 절차를 거쳐 인수가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양증권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강 대표는 운용·증권·PEF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의 수장으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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