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4일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하고 약 반년이 흘렀다. 은행·보험과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증권주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어떻게 움직였을까. 국내 증시에 상장된 20개 증권사의 1월 24일 대비 8월 2일 주가 상승률(종가 기준)을 비교했다.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 지주가 상장사인 곳은 제외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월 24일 2469.69에 마감했고, 8월 2일 종가는 2676.19다. 반년 동안 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웃돈 증권사는 20개 가운데 11개로 집계됐다. 이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한양증권이다.
한양증권 주가는 같은 기간 8960원에서 1만5580원으로 73.9% 올랐다. 다만 이 증권사는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매각 사실이 최초 보도된 건 7월 14일인데, 주가는 사흘 전인 7월 11일부터 급등했다. 매각 이슈를 걷어내고 7월 10일 종가(1만1700원)와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30.6%가 된다. 이 수치로 비교하면 수익률 1위는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 주가는 1월 24일 9990원에서 이달 2일 1만3570원으로 35.8% 올랐다. NH투자증권 측은 그간 보여준 높은 주주환원율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2023년 결산 기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1%다. 올해 3월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417만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의 65%다. 주요 증권사 배당성향이 30~40%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훨씬 높다.
주가가 36%가량 오른 덕에 NH투자증권은 이달 1일부로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국내 증권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일 종가 기준 NH투자증권 시총은 4조4441억원이다. 기존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 시총은 4조4113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월 24일 6790원에서 8월 2일 7410원으로 9.1%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외에 30%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다. 이 증권사 주가는 9만2900원에서 12만4800원으로 34.3%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현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적극 호응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지난 5월 28일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 계획에서 키움증권은 향후 3년간 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20%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부국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등은 1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LS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유화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의 주가는 1~8% 올랐다.
20개 증권사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낸 건 아니다. 4개 증권사는 밸류업 훈풍에도 연초보다 주가가 오히려 추락했다. 상상인증권 주가 등락률이 -17.8%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각각 -8.7%, -8.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3550원에서 3520원으로 0.9% 내렸다.
주가 약세 증권사는 중소형사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와 비교해 기업 가치 제고 여력이 약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에도 더 많이 노출된 편이다. 지난달 초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A’와 ‘A2+’에서 ‘A-’와 ‘A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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