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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 3사의 수주잔고가 200조 원에 육박하며 15년 만의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 선박 수요 증가로 선주가 아닌 조선소가 주도권을 쥔 효과다. 선가부터 규제 환경까지 조선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HD한국조선해양은 102조 3000억 원, 삼성중공업은 46조 3000억 원, 한화오션은 43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총 192조 3000억 원으로 이는 조선업의 초호황기로 불렸던 2007~2010년 이후 최대치다. 도크 상황을 보면 2026년을 넘어 2027년까지 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15년 여 만에 선주가 아닌 조선사가 주도권을 쥔 상황”이라면서 “아직 3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 3사의 수주 잔고가 200조 원 돌파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초호황기가 과거보다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의 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실 일감으로 수익성이 급락했던 조선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선별 수주 전략으로 이른바 돈이 되는 선박을 골라 잡기 시작했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대표적이다. 현재 LNG운반선 선가는 2억 6400만 달러(3617억 원)로 2년 전 2억 3100만 달러(3160억 원) 대비 500억 원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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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에는 LNG운반선(110척)이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LNG운반선 뿐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고부가 선박도 각각 수 십 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운반선 수주 잔량만 95척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한화오션 역시 수주잔고의 75%가 LNG·암모니아운반선이다.
선박 가격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 선박 건조가격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3년 전인 2021년 1월 127을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187.98이다. 2008년 최고치(191.6)에 도달했다. 선박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단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스를 운반하는 LNG선부터 홍해사태 등으로 PC선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선박이 부족하면서 저가 선박부터 고가 선박까지 일제히 새로 만드는 배의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
비싸진 선가와 달리 철강 등 원재료 가격은 떨어진 것도 호황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선용 후판 가격은 90만 원 초반 대까지 떨어졌다. 과거 100만 원을 웃돌았지만 중국산 저가 철강이 밀려오면서 국내 제품가도 하락한 것이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가격이 떨어진만큼 조선사에겐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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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부과 등 규제 환경 변화도 이번 슈퍼 사이클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7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부과가 시작되면 노후선박 해체 후 신규발주, 노후선박 보수 등의 수요가 새로 창출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에 친환경 선박 수요가 더해졌다는 게 지난 슈퍼사이클과 다른 점”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이 구조적 호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조선 3사는 올해 동반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실적이 매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2026년 2조 원을 돌파하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1조 클럽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3사는 탄탄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집중해 조선업 호황에 쐐기를 박는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상함·전투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 다각화를 공략한다. 삼성중공업은 경쟁력 높은 해양 사업 위주로 입지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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