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2관왕에 도전하던 결승전보다 더 떨린 건 ‘첫 경기’였다. 16강에서 슛오프 혈투를 벌인 그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활시위를 당긴 임시현(21·한국체대)은 10점에 꽂힌 화살을 본 뒤 “와, 다행이다”라고 탄식을 내뱉었다.
최대 고비를 넘긴 임시현은 이후 8강과 4강을 넘어 결승에선 완승을 거두고 우승, 파리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임시현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김우진(32·청주시청)과 팀을 이뤄 독일을 세트 점수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임시현은 “단체전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따 정말 영광스럽다”면서 “나보다 (김)우진 오빠가 훨씬 부담감이 컸을 텐데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첫 경기인 16강전이었다. 대만을 만난 한국은 첫 2세트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슛오프에 몰렸다. 화살 한 발에 탈락이 확정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당시를 돌아본 임시현은 “나나 (김)우진 오빠 둘 다 간절했던 메달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쐈는데 10점에 들어가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랭킹라운드를 마친 뒤 김우진은 11살 차이가 나는 ‘파트너’ 임시현에 대해 “어린 선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경기에선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임시현은 “내가 말을 잘 들었다”며 웃었다. 이를 듣고 있던 김우진은 “내가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게끔 임시현이 해줬다”고 했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이우석과 호흡을 맞춰 혼성전 금메달을 함께 한 바 있다.
김우진과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임시현은 “내가 감히 차이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둘 다 든든하게 경기하면서 마음 편하게 해준다. 내 경기만 하면 스코어가 따라와 주기 때문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고 둘 다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김)우진 오빠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안주한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내가 저런 선수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치켜세웠다.
2관왕에 올랐지만 임시현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3일부터 여자부 개인전 경기에 나선다.
임시현은 “금메달을 따 기쁘지만, 바로 내일 경기가 있다.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 선수들과의 맞대결 가능성에 대해선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이 메달을 딸 것 같다. 내일은 더 나은 컨디션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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