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또 한 번의 기적을 노린 배드민턴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혼합복식)이 중국이라는 큰 벽에 막혀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얻었다. 아쉬움은 남으나 소득이 더 크다. 세계 최강 조합을 상대로도 쉽게 물러서지 않으며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 미래 자원으로 떠올랐다.
세계 8위 김원호-정나은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정쓰웨이-황야충(1위·중국)과의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게임 스코어 0-2(8-21 11-21)로 졌다.
김원호-정나은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이용대-이효정이 우승한 뒤 끊겼던 금맥을 16년 만에 이으려 했지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16년 만에 올림픽 입상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원호-정나은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혼합복식의 스포트라이트는 선배 서승재-채유정(2위)이 독식했다.
다수의 배드민턴인은 서승재-채유정의 금메달 가능성을 언급할 뿐, 김원호-정나은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사실상 2인자로 시작한 올림픽이었다.
2023년 태국오픈 우승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에, 올림픽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
하필 정쓰웨이-황야충과 같은 A조에 묶이는 바람에 조별 탈락의 우려마저 나왔다. 실제로 김원호-정나은은 조별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지면서 1승2패에 그쳤다. 그런데 운이 따랐다.
그러나 중국 외 세 팀의 성적이 같아 게임 득실을 따졌는데 김원호-정나은이 프랑스, 인도네시아에 겨우 앞서 기적적으로 8강에 올랐다.
이들은 오히려 토너먼트에서 힘을 냈다. 8강에서 첸탕지에-토이웨이(말레이시아·9위)를 2-0(21-19 21-14)으로 제압하더니 4강에서는 선배 서승재-채유정을 2-1(21-16 20-22 23-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자신감에 찬 김원호는 결승 대진이 정쓰웨이-황야충으로 정해지자 “예선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자신은 있었지만, 의지만으로 넘기에 중국은 강했다. 김원호-정나은은 1게임부터 몸을 날려가며 사력을 다했다. 집요한 상대의 구석 공격을 받아냈고 때로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실수를 최소화하며 중국의 범실을 유도했으나 상대는 끄떡없었다. 강한 스매시를 날려도 여유 있게 받아냈고, 이내 반격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7000여명의 중국 관중의 함성도 김원호-정나은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국 선수들은 정쓰웨이의 스매시를 받아내지 못했고, 상대 수비를 피해 날린 셔틀콕은 계속 코트 바깥으로 벗어나면서 결국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인 김원호-정나은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이 파리에서 느낀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향후 배드민턴계를 이끌 재목으로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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