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첫 올림픽’을 향하는 임시현(21·한국체대)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앞서 수많은 선배들이 그랬듯, 임시현 역시 첫 올림픽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다관왕’으로 ‘신궁’ 계보를 이었다.
임시현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김우진(32·청주시청)과 팀을 이뤄 독일을 세트 점수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미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과 함께 한 여자 단체전에서 3번 주자 ‘에이스’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임시현은 혼성전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임시현은 여자 양궁 역사상 9번째 ‘올림픽 다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최강의 기량을 자랑하는 여자 양궁은 올림픽 때마다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단체전이 정식 종목에 채택된 19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 올림픽까지 8명이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1988 서울 대회에서 김수녕이 가장 먼저 ‘신궁’ 칭호를 얻었고 1992 바르셀로나에선 조윤정이 뒤를 이었다. 1996 애틀랜타에선 김경욱, 2000 시드니에선 윤미진, 2004 아테네에선 박성현, 2012 런던에선 기보배, 2016 리우에선 장혜진, 2020 도쿄에선 안산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관왕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첫 올림픽에서 이같은 대업을 일궜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한국 양궁 선수 풀이 넓기도 했지만, 달리 말하면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시현 역시 앞선 선배들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랐다. 만 21세의 어린 나이,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었지만 이를 이겨냈다. 그는 “에이스라는 부담감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동기부여로 삼았다”고 돌아봤다.
11살 많은 선배 김우진과의 혼성전에서도 임시현은 제 몫을 다했다. 8강 대만과의 슛오프에서도 흔들림 없이 10점을 꽂았고, 4강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도 첫 세트를 빼앗겼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독일과의 결승전에서도 안정감을 이어갔다. 심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세 번이나 8점이 나왔지만, 독일의 여성 궁사 미셸 8점 세 발에 7점 한 발. 임시현은 분명한 상대적 우위를 점했고, 끝내 첫 올림픽에서 2개째 금메달을 가져갔다.
임시현에겐 아직 목표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3관왕이다. 양궁 종목은 2020 도쿄 올림픽부터 혼성전이 생기면서 최대 3관왕이 가능해졌는데, 한국은 그 대회에서 안산이 3관왕에 올라 사상 첫 영광을 누렸다.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오른 그는 개인전에서도 1번 시드로 대회에 나선다. 함께 하던 동료들과도 겨뤄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는 “개인전이 더 마음 편하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임시현은 작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 단체, 혼성전을 싹쓸이하며 3관왕에 올랐다. 성인 무대 첫 대표 선발에서 이룬 쾌거였다.
여기에 한 단계 높은 올림픽 무대마저도 3관왕에 오른다면, 임시현은 앞서 역사를 일군 선배들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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