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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2.4%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6%로 5개월 만에 반등한 데 대해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더해 집중호우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달부터는 다시 물가 둔화가 지속할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상과 중동 정세 악화가 없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태풍 중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은 20개로 그중 가장 많은 9개(45%)가 8월에 발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과 수입을 포함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농산물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하반기 물가가)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만 비가 많이 와 농산물과 같은 품목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수입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공급을 다변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는 정부의 가격 개입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올 들어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속적으로 가격 개입에 나서고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물가가 다시 반등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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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로 전월(1.2%)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원초 공급 부족에도 정부가 가격 상승을 억제해온 맛김(조미김) 가격 상승률은 16.7%에 달했다. 2007년 2월(17.7%)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입김을 받는 떡볶이(5.9%)와 김밥(5.3%), 치킨(5.2%), 칼국수(5.1%) 등 주요 서민 외식 메뉴 가격도 1년 전보다 5% 넘게 상승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나라가 없다”며 “미국이 이런 식의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오는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억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세도 남은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에서 피살당하면서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두 달 동안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는 기존 25%에서 20%로, 경유·LPG는 37%에서 30%로 낮춘 바 있는데 당초 정부 계획대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9월부터 종료되면 석유류 가격은 더 뛰어오를 수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에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7%, 4.5%씩 떨어진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7월부터 햇배와 햇사과가 나오고 다른 제철 과일들의 작황도 좋아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배추와 무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농산물 수급 안정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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