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해보험이 내부적으로 내후년에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로, 국내에선 두 번째로 설립된 디지털보험사다. 지금껏 흑자를 낸 디지털보험사는 한 곳도 없는데, 캐롯손보가 처음으로 성공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해 7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순손실(795억원)보다 49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2019년 출범한 캐롯손보는 2020년 382억원, 2021년 650억원 등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캐롯손보의 적자가 매년 늘어난 것은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서다. 자동차보험은 상품 개발을 넘어 출동·보상·고객 서비스 등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해 초기비용이 높다. 단순히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수십년 동안 축적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형 손해보험사와 비교 우위를 가지기도 힘들다. 상품이 많이 팔린다 해도 최소 5년 이상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해 20조원이 넘는 시장이 자동차보험이지만, 선뜻 발을 담그기 어려운 이유다.
캐롯손보는 이를 고려해 단기간 흑자를 목표로 하기보단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외형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캐롯손보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출시한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출시 4년 5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가입 200만건을 돌파하고, 재가입률은 90%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안전운전 점수가 70점을 넘기면 보험료를 최대한 20% 할인해 주는 특약도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캐롯손보가 저렴한 보험료를 무기로 외형 키우기에 집중하다 보니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율이 똑같이 20%라도 전체 매출액이 늘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캐롯손보는 현재 추세를 유지하면 2026년 중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상품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합산비율’이 100%를 달성했을 때다. 합산비율이 100% 미만이 되면 이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캐롯손보의 합산비율은 2020년 400%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134.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8.8%, 사업비율은 35.6%다.
캐롯손보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 요율(보험료)를 변경하거나 언더라이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을 강화하기보단 기존처럼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고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손해율은 안정된다.
캐롯손보가 매년 적자에도 외형을 늘리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화생명·한화손보의 노하우와 자금수혈이 있다. 한화손보는 2021년 616억원, 2020년 502억원, 지난해 1200억원 등 총 2318억원을 캐롯손보에 지원했다.
캐롯손보가 202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문효일 대표의 재신임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생명 전략투자본부장 출신인 문 대표는 2022년 캐롯손보의 대표로 선임돼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문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캐롯손보가 흑자로 전환되면 전략이 맞아 떨어진 거고, 국내 보험업계에선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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