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티몬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 ‘티몬월드’에 입점한 판매자에 선정산대출 한도를 늘려준 SC제일은행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판매자들은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직전 은행이 대출 한도를 높여 선정산대출을 더 받으라고 적극 권유했고,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을 부추겼다’는 점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출 한도 등은 은행의 자율적인 결정 사항이고,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차주(돈 빌린 사람)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 한도를 늘리는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은행이 대출 한도를 늘린 배후에 티몬이 있는지, 양사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SC제일은행은 특정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와의 거래 규모 확대를 겨냥해 판매자 대출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주장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9일부터 SC제일은행으로부터 선정산대출 관련 자료를 받아 살펴보고 있다. 선정산대출 내역과 함께 은행이 왜 선정산대출 한도를 상향했으며, 이런 의사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인지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점검 중이다.
선정산대출은 티메프와 같은 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업체로부터 받은 정산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상품이다.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올해 7월 말까지 티몬 판매자들에 총 2098억원, 티몬월드에 총 1052억원, 위메프엔 총 498억원을 대출해 줬다.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3곳 중 SC제일은행의 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판매자들이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 입점 판매자들의 선정산대출 한도를 대폭 올렸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은 운영 중인 선정산대출 상품 ‘파트너스론’의 대출 한도를 기존 ‘판매자의 직전 3개월 평균 월 매출액 1.5배’에서 3배로 올렸으며, 대출 대상도 ‘연 매출액 500억원 이하’에서 130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티몬월드 판매자들은 전날 열린 서왕진·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피해자 간담회에서 “지난 4월 티몬이 티몬월드를 만든 뒤 디지털·가전 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켰고, 5월부터 SC제일은행 측이 상인들에게 선정산대출 한도를 올려준다며 권유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당시 매출 규모가 큰 티몬월드 입점 판매자가 대출 한도 상향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한도를 늘린 것”이라며 “선정산대출 한도는 업계 평균이 (판매자) 월평균 매출액의 3배였으나 이용액이 적어 1.5배로 낮췄던 것이고, 판매자들의 요구에 1년간 한시적으로 3배로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SC제일은행은 선정산대출이 이커머스 업체가 아닌 판매자를 기준으로 실행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은 판매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고, 이후 판매자가 자신이 선택한 업체에 상품을 판매한 뒤 매출채권을 통해 이 사실을 증빙하면 은행이 우선 선정산을 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업체와의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정산대출은 크게 ‘은행이 업체와 제휴해 입점 판매자에게 내주는 대출’과 ‘판매자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업체의 신용도, 재무 상황이 직접적으로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후자는 담보물이 매출채권이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논란이 된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은 후자다. 금감원이 SC제일은행이 티몬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살피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제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은행이 대출 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티몬월드로 업체를 갈아탈 것을 권유했다면, 티몬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티몬 판매자 대상 선정산대출이 특정 은행에만 쏠려있는 점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협력 관계가 변질됐을 가능성은 의심할 만하다”고 했다. SC제일은행에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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