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기아의 올해 마지막 한 수, 소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EV3’가 화려하게 등장을 알렸습니다. 출시 일주일만에 웬만한 전기차 핵심 모델의 한 달 치를 상회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7월 전기차 판매량 1위로 등극한 것입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국내와 해외에서의 판매량 호조는 물론, 본격적인 전기차 전성시대를 열어젖히는 모델이 되겠다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그야말로 기아에게 있어는 최고의 한 수, ‘화룡점정’인 셈이죠.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EV3는 지난 7월 총 1975대가 판매되며 기아는 물론 국내 브랜드 전기차 모델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지난 7월 25일 출시 이후 단 6일 만에 거둔 성적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아이오닉 5(1764대)와 EV6(1344대), 상용차 성격으로 견고한 판매층을 가져가는 경형 전기차 ‘레이 EV’(1407대)가 분전했지만 EV3의 신차효과가 워낙 매서웠네요.
그리고 덕분에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에도 날개를 돋칠 예정입니다. 안 그래도 SUV를 중심으로 견고한 하이브리드 판매량에 전기차 성적마저 상승세로 돌아서니, 어찌 판매량이 오르지 않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캐즘’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기아는 당분간 친환경차 판매량만큼은 아무런 걱정이 없을 듯합니다.
우선 이번 달 국내에서 판매된 기아 친환경차는 총 1만7846대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중 전기차 판매량이 5618대로 총 31.5%, 3분의 1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년 동기와 지난달과 비교하면 각각 15.1%(845대), 38.5%(2159대) 늘어났는데, EV3 덕분에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는 것이, 그리고 앞으로는 더 크게 뛸 것이라는 것이 느껴지죠.
조심스레 외쳐본다… “테슬라, 국내 EV 1위 자리 내놔”
덕분에 기대가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EV3는 과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왕좌에 올라있는 테슬라의 판매량을 얼마나 뺏어올 수 있을까요. 현재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1만7380대를 판매하며 국내·수입 완성차 브랜드를 모두 통틀어 독보적인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 중입니다.
이는 ‘가성비 갑(甲) EV’의 대명사로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델 3, 모델 Y의 RWD(후륜구동) 제품 덕분입니다.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장착 중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데다, 차체를 한 조각으로 찍어내는 ‘기가캐스팅’ 기술 등으로 생산 단가를 크게 절약한 덕분이죠.
하지만 EV3는 ‘보급형 전기차’, 즉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가격에서 살 수 있게 출시된 차량이라는 점에서 현재 출시 된 테슬라의 모델들 대비 큰 우위를 가집니다. 비록 중형급인 모델 3·모델 Y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지도 모르나,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격인 만큼 유력한 대체재로 기능할 가능성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죠.
애초에 시작가부터 EV3가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800만원가량 쌉니다. 저렴함에 초점을 맞춘 모델 Y RWD(5299만원)와 비슷한 주행거리의 EV3 스탠다드 모델의 출시가는 4208만원, 주행거리가 100km가량 긴 모델 Y 롱레인지(6399만원)에 대적할 EV3 롱레인지 모델은 465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에 지자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더할 경우 서울시 기준 EV3 스탠다드는 3290만원, 롱레인지는 3650만원에 구매가 가능해지는데, 테슬라는 외제차·LFP 배터리 등을 이유로 보조금이 적게 나오는 만큼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죠. 테슬라가 개발 중인 보급형 제품 ‘모델 2’의 출시가 아직인 만큼, 그 전까지는 그야말로 EV3의 ‘독무대’가 펼쳐진 셈입니다.
또한 EV3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할 경우 기아가 내년 초 출시를 예고한 세단형 전기차 ‘EV4’는 물론 중형급 ‘EV5’ 역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저렴함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산 전기차들에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대체재로 기아의 ‘EV 시리즈’가 부상하면서 반사효과를 누릴 여지도 충분하거든요. 벌써부터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시리즈의 흥행 가도가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5사, 7월 62만9061대 팔았다… GM은 생산감소로 판매 ‘반토막’
한편 지난 7월 국내 완성차 5사는 총 62만906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 지난달 대비 8.5%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10만9924대, 수출은 51만9137대로 각각 전년 대비 4.3%, 3.6% 감소했네요.
현대자동차는 총 33만2003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4%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내수는 5만6009대로 2.6%, 수출은 27만5994대로 1.1% 하락했네요.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6287대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였습니다.
기아는 총 26만734대로 전년 대비 0.2% 판매량이 올랐네요. 내수는 4만6010대로 3.0% 줄었지만 수출이 21만4724대로 0.9% 증가한 덕을 봤습니다. 국내서는 쏘렌토가 7596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며 해외에서는 스포티지가 4만1236대로 판매 1위 모델이 됐습니다.
GM 한국사업장은 시설 보수와 임단협으로 인한 생산 중단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총 2만2564대가 팔렸는데, 전년 대비 44.6%, 지난달 대비 56.6% 하락한 수치입니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 인기 모델인 트랙스가 1만2594대, 트레일블레이저가 7771대 판매에 그치며 각각 43.6%, 45.4%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습니다.
KG모빌리티는 8313대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3.4% 빠졌습니다. 수출이 4076대로 40.1% 줄었기 때문인데, 같은 기간 4.8% 증가하며 든든하게 버텨준 내수 판매량(4237대) 덕분에 실적을 보전했습니다. 최근 디자인을 공개한 쿠페형 SUV ‘액티언’이 일주일 만에 사전 예약이 3만5000대가 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서 내년 판매량이 기대됩니다.
르노코리아는 5447대로 수출에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었던 전년 대비 12.7% 판매량이 올랐습니다. 내수는 1469대로 13.8% 줄었지만 수출은 3978대로 27.1% 늘어난 덕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량이 저조한 건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오는 9월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신차 ‘그랑 콜레오스’에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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