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 공포가 SK하이닉스를 덮쳤다. SK하이닉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SK하이닉스 주식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전날보다 10.4%(2만100원) 내렸다. SK하이닉스 일일 주가 하락률이 10%를 웃돈 것은 2011년 8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한 단계 강등한 여파가 증시를 강타던 때다.
시계열을 2000년 이후로 넓혀봐도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새 10% 넘게 빠진 것은 이날까지 총 14번이다. 이 가운데 12번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발생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하루 최대 주가 하락률을 찍은 것은 2008년 10월 8일이다. 당시 하루 만에 주가가 14.93% 내렸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던 2020년 3월에 기록한 일일 주가 하락률(9.08%)도 이날보다 낮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5일 8.87% 내리며 20만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 18만원 선도 붕괴했다. 7거래일 동안 8% 이상의 일일 주가 하락률을 두 차례 나타낸 것도 201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전날 140조7230억원에서 이날 125조87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루 새 시가총액이 14조8510억원 증발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하루 시가총액 최대 감소치인 10조9700억원을 웃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겪는 와중에 사들인 것은 개인 투자자다. 개인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 주식 1조28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조425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번 주 초만 해도 낙관론이 대세였다. 증권사 중에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4만원까지 높여 잡은 곳도 있었다. 반도체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그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상황이 뒤집혔다. 밤사이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 주가가 하락했고, 불똥이 옮겨 붙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새 6.67% 내렸다. AMD와 브로드컴도 8%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주가도 무너졌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고용 지표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지난주(7월 21일~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9000건으로 1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8로, 4개월 연속 수축 구간(기준값 50 미만)에서 내림세를 이어갔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어제(7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했나 싶을 정도로 부진한 경제지표”라며 “미국 경제에서 수용 둔화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내부적 경영 성과보다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앞으로 경기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클 전망이다. 당장 미국 7월 고용 보고서가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후 9시 30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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