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계속되는 실적 악화 및 비우호적 시장 전망으로 투자 속도 둔화를 예고한 배터리 업체들이 기존 대비 저렴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출시만큼은 최대한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출시가 아직인 가운데,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보급형 수요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할 46파이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46파이 배터리 생산 시기를 올 하반기와 2025년 초로 밝혔다. SK온은 올해 초 해당 제품의 개발을 공표하기는 했으나 아직 정확한 양산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LG엔솔은 지난해 오창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현재 증설중인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통해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를 중심으로 4680(지름 46mm·높이 80mm)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최근 모 마이크로 모빌리티 브랜드를 고객사로 맞으며 46파이 제품 생산 계획을 내년 초로 1년 가량 앞당겼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주력 제품인 2170(지름 21㎜·높이 70㎜) 대비 대량생산이 용이해 생산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피 당 에너지 밀도가 커 출력이 6배 향상된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덕분에 해당 배터리는 전기차 업체에서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생산을 통해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에 4680 제품을 탑재하고 있으며,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 역시 지난 3월 공개한 스포츠 유틸리티 차 ‘R2’에 4695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브랜드들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로 해당 제품군을 원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 경제TV에 “(46파이 배터리는) 같은 품질에 조금이라도 더 싸게 내놔야 하는 제조업의 특성 상, 품질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저렴해졌느냐는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의미가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46파이 개발, 현재 K배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최근 대세인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46파이 제품에 주력하는 이유로 개발의 용이성과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꼽고 있다.
우선 46파이는 3사의 주력 상품인 리튬이온배터리라는 점에서 양산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LFP 배터리 대비 고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나,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 BYD(비야디) 등의 브랜드가 LFP 배터리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시점에서 조금이나마 보급형 시장 진입이 가능하게끔 만든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비록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각형(삼성SDI), 파우치형(SK온) 제품이 메인인 만큼 배터리 폼팩터(외형) 개발에 시간이 걸리긴 하나, 애초에 신형 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는 LFP 보다는 개발 난이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회사들의 전기차용 LFP 제품 양산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그나마 가장 빠른 편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오는 2025년 말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을 시작하며 보급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에 대응해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결국 저가에서 중저가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는 만큼 업체들 입장에서는 LFP 양산 시점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라며 “당장은 46파이를 중심으로 원가절감을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지만, 업체들 모두 이를 중간단계 삼아 LFP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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