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카카오가 스크린골프 사업을 맡은 손자회사 ‘카카오VX’ 매각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흐름을 인정하듯 곳곳에서 카카오VX의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카카오VX 인수를 위해 카카오그룹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벤처캐피털 뮤렉스파트너스가 카카오 측과 카카오VX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카오는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카카오VX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해명에도 카카오VX를 둘러싼 매각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VX는 한게임 창업 멤버인 문태식 대표가 2012년 세운 스크린골프 전문업체인 ‘마음골프’가 전신이다. 2017년 마음골프가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되면서 현재의 사명을 가지게 됐다.
카카오 공동체 편입 이후 카카오VX는 골프용품 판매, 골프 예약 플랫폼, 골프 팬 커뮤니티 플랫폼, 골프장 위탁 운영 등 사업 영역을 적극 확대했다. 인수 당시 20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은 2021년 코로나19 특수를 등에 업고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76억원, 16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스크린골프 수요가 줄면서 성장세가 멈췄다. 지난해 카카오VX 매출은 14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감소했다. 2020년부터 3년간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다만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단순히 카카오VX만의 침체로 보기 어렵다.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도 올해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최근 해외여행과 야외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스크린골프 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업계에선 카카오가 수익성 악화를 떠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계열사 정리를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창업주인 김범수 위원장은 창업 초기부터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 왔다”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등 일부 계열사들은 기업을 통해서 사회를 좋게 만들자는 선한 영향력과 무관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VX는 그간 김 위원장의 경영철학과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 경쟁사의 기술해킹, 특허침해 등 각종 송사에 휘말리며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앞서 카카오VX는 지난해 4월 골프존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 19억 2000만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 모회사 카카오게임즈와 사업적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VX 지분 65.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애초 본업인 게임사업과 골프사업을 연계한 확장성을 기대하며 카카오VX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카오VX의 골프 사업은 게임 개발이나 퍼블리싱 등과 시너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VX는 최근 수요둔화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카카오게임즈의 본업과 사업적 시너지도 약해 매각 시 손익 개선 효과와 본업 중심 역량 집중으로 신작 출시와 기존작 운영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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