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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직접 계란 가격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생산자단체가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생산자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합리적 건의를 정면으로 무시했다는 게 해당 단체의 입장이다.
대한산란계협회는 1일 “정부가 생산자단체의 자율적인 정보 제공을 막고 시장에 직접 개입해 계란 가격을 조정·발표하겠다고 하는 것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가격 통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입맛대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지지받을 수는 있지만, 현재 연간 수익률이 0.4%에 불과한 농가와 관련 산업을 붕괴시키고, ‘100% 자급’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공공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계란 산지 거래 가격을 직접 조사해 발표하도록 가격 고시 방식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계란 산지 가격은 1960년대부터 생산자단체가 고시해 왔는데, 이 방식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생산자단체가 고시하는 산지 가격은 거래 희망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 가격을 파악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협회는 “정부의 가격 개입은 가격조정 매커니즘을 깨뜨려서 가격의 폭·등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격 매커니즘의 붕괴는 생산자의 피해와 대형 유통업체의 농간과 폭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정부 정책은 생산자단체의 의견은 배제되고 유통질서 문란의 당사자이자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통상인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수급정보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협회는 “대부분의 생산자나 유통상인 등은 정부 가격조사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왜곡해 응답하는 경향이 있고, 질병 발생 등에 의한 산란율 저하 등의 상황을 불이익 때문에 알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계란 가격 조사에 대해 신중해야한다며 다섯 가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협회는 “생산자단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없다면 생산자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필요시 정부가 지도감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유통질서 확립과 생산자의 경영안정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가격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대책 수립이나 법제화를 먼저 하고,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 추진 후 대책으로 인해 혼돈이 발생할 경우 생산자가 피해는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협회는 “우리나라 계란 생산자에 대한 규제는 세계에서도 가장 심하다. 적은 규제와 적절한 지원대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계란을 공급하는 일본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란농가나 산업 붕괴는 서민의 식탁마저 중국 등 주변국에 의존하게 할 수 있다”며 “계란의 수급원리 등을 신중히 검토해 이제라도 합리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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