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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배가 버럭, “자신있게 해”…뉴어펜저스가 강한 진짜 이유[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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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8강전 끝나고 10년 후배한테 많이 혼났다.”

펜싱 남자 사브르 ‘뉴어펜저스’의 맏형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1일(한국시간)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한 뒤 들려준 뒷이야기다.

개인전에서 첫판에 탈락한 구본길은, 단체전 첫 경기에서도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결승 히든카드로 아껴놨던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의 조기 투입을 고려할 정도였다.

그래도 후배들은 ‘맏형’에게 다시 한번 기운을 불어넣어 줬는데, 이 와중에 도경동은 구본길에게 ‘버럭’ 화를 냈다고.

구본길은 “(도)경동이가 ‘내가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한 번 더 뛰어보라’고 하더라”면서 “8강전 끝나고 난 뒤엔 ‘왜 이렇게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하라’며 화를 내더라”고 돌아봤다.

이 말을 들은 구본길은 “다시 한번 자신 있게 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4강 이후 우리가 알던 구본길로 돌아왔다.

구본길은 “경동이에게 혼난 다음부터 경기력이 올라왔다. 맥이 뚫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결승전은 정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선배에게 과감한 ‘직언’을 한 도경동은 “(구)본길이 형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형은 믿어주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아시아 최초, 올림픽 펜싱 역사상 64년 만의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일군 ‘뉴어펜저스’의 강함을 느낄 수 있는 일화였다.

10살이나 차이 나는 선배지만, 경기에 있어선 후배라도 조언을 할 수 있고, 선배도 후배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선후배이기 이전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펜싱 동료, 인간적으로도 친밀한 허물없는 ‘형-동생’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4강에서 선배의 ‘각성’을 끌어낸 뒤 결승전 막판엔 ‘히든카드’ 노릇을 제대로 해낸 도경동도 뉴어펜저스의 강점을 ‘팀워크’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우리는 소통이 많다. 선후배라기보다는 형-동생 사이여서 많은 대화를 한다”고 했다.

뉴어펜저스의 에이스 오상욱(28·대전시청)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펜싱 앞에선 모두가 동등하다. 선배가 후배에게 지시하고, 후배는 따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 “시상식에서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올라간 것도 그런 동등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단체전의 2관왕에 오른 오상욱 역시 후배들의 날카로운 조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오상욱은 “단체전 4강부터 조금 흔들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면서 “그런데 동생들이 ‘형은 원래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얘기해줬고, 그 이후 내 모습을 찾았다”고 했다.

동생들만 형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 많은 구본길과 오상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첫 올림픽을 맞는 박상원(24·대전시청), 도경동에 많은 조언을 하며 이끌었다.

박상원은 “중압감이 심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오)상욱이형이 ‘너도 곧 금메달을 딸 텐데’라며 격려해 줬다”면서 “그 한마디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단체전에서 잘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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