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내 기준금리를 낮출 여건이 조성됐다.
이 총재도 이르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집값과 맞물려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통화정책 전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을 예측하는 시카고거래소의 페드워치를 살펴보면 9월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은 100%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월 FOMC에서 현재 5.25~5.50% 수준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는 확률은 86.5%로 나타났다. 0.5%포인트 내릴 수 있다고 바라보는 확률은 13.5%로 집계됐다.
이처럼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100% 확신하게 된 것은 7월31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이 7월 FOMC에서 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했음을 직접적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다음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으며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FOMC의 대체적 인식이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시사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한 이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행진을 끝내고 금리 인하를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미국의 금리 인하로 좁혀질 가능성이 생긴 만큼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감이 한결 덜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 수준으로 확대된 이후 두 나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오면서 최대치로 벌어진 격차 폭은 지금까지 유지돼 오고 있다.
이 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인하를 저울질하자 통화정책 차별화의 여력이 생겼다고 강조해왔으나 외국인 투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에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7월 FOMC는 예상대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위한 신호를 제공하는 이벤트였다”면서 한국은행도 올해 2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국내 가계대출은 이 총재가 마지막 순간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와 물가 상승률이 다시금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해 왔는데 최근 가계대출 통계는 이 같은 걱정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7월1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708조5723억 원과 비교해 3조6118억 원 증가한 712조1841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매수 심리가 회복하자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7월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보다 3조7991억 원 늘어난 555조9517억 원으로 나타났다.
30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이 총재를 제외한 다른 금통위원들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물가 상승률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환시장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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