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쓰나미처럼 전방위로 확산일로다. 일반 셀러는 물론 콘사, 간편결제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사태는 정산금 돌려막기, 이른바 폰지 사기와 수법이 유사하다. 즉 고객 예치금을 별도 분리 없이 회사돈처럼 유용했고, 결국 과거 머지포인트와 동일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미정산금만 1조원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고객 돈을 유용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게 최적의 대안이다. 현재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에 이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과연 시행이 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사업자들이 준수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 티몬을 위시로 유통플랫폼 전반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특약처방이 필요하다.
상생결제 도입을 제안한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2·3차 이하 판매기업까지 위험 없이 최소 금융비용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까지 별도 담보 없이 대기업 신용을 활용해 대기업 기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에 하나 대기업이 부도가 나서 은행이 대출금을 상환 받지 못하더라도, 은행은 2·3차 판매기업에게 대출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2·3차 판매기업 대출은 대기업 신용을 담보로 관리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즉 돈을 떼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공공 금융 인프라로 볼 수 있다. 상대방을 믿고 제품을 납품했는데, 상대방이 부도가 나버려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티메프 사태도 이 같은 미정산으로 소비자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산문제를 구조적으로 바꿔야한다. 기업 연쇄도산은 한국 경제 전체를 흔드는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상생결제 도입은 입점해 있는 셀러나 여러 협력사 대금을 미리 정산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상생결제 효과는 여러번 확인됐다. LG전자가 좋은 모범사례다. LG전자는 상생결제를 가장 중요한 상생협력 정책 중 하나로 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연간 1500개 1차 판매기업 및 1100개 2·3차 판매기업이 상생결제로 대금을 지급받고 있다.
2·3차 판매기업은 안전하게 대금을 100% 회수할 수 있고, 필요 시 낮은 금리로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 미정산 사태가 발생해도 안전하게 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현재 상생결제 확산을 주도하는 곳은 중소벤처기업부다. 정부는 대기업에서 운용하는 상생결제를 유통플랫폼 영역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제2, 제3 티메프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구조적인 미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서두르자.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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