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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036570)가 박병무(사진) 공동대표를 정식 선임한 지 4개월 만에 발빠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첫 투자처로 스웨덴 게임 개발사를 낙점하고 이달 중 후속 투자까지 연달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것. 전문가들은 박 대표 체제의 엔씨소프트가 이번 마수걸이 투자를 신호탄으로 외부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에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올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게임 업계와 컨설팅 회사, IB, 로펌 등을 두루 접촉해 왔다. 박 대표 부임 후 엔씨소프트는 회사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재무전략실 이름을 전략투자실로 바꾸는 등 변화도 줬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 지난 30일 스웨덴의 문 로버 게임즈에 350만 달러(약 48억 원) 규모 투자를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 중 국내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및 판권 투자, 동남아 진출 등 성장동력 확보 계획을 순차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IB 업계가 박 대표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 건 화려한 M&A 경력 때문이다.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친 박 대표는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미국계 사모펀드(PE) 뉴브리지캐피탈 대표,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 등을 지냈다. 특히 보고펀드 시절 동양생명, BC카드, 버거킹 등 20개에 달하는 M&A와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를 키워낸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최근 경영이 악화된 엔씨소프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낼 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올 2분기 12년 만에 분기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침체에 빠져 있다. 신작의 성과가 기대를 밑돌면서 실적이 꺾였다. 2021년 한때 100만 원을 넘겼던 주가는 최근 17만 원대까지 폭락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엔씨의 단일 게임 전략은 최근 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국가·시기 별로 잘 먹힐만한 신작을 많이 출시해둬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 하반기 창사 후 첫 물적 분할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품질보증(QA)사업부와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각각 분리해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IB 전문가들은 자회사들이 자생력을 갖춘 뒤 외부 투자유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제 삼성SDS, LG CNS 등이 상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 사례가 적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대형 M&A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당장 가용 현금이 줄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엔씨소프트의 올 당기순익은 약 1300억 원으로 관측된다. 전년 대비 800억 원 하락한 수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338억 원으로 3개월만에 1300억 원 이상 줄었다. 2027년까지 판교 신사옥 건설에 5800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IB 업계 전문가는 “신설 자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 투자에 관심을 보일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소수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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