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내자 이 종목을 바라보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열위를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았는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장은 다시 ‘삼성전자 찬가’를 부르는 분위기다. 소액주주들은 반가워하면서도 항상 기대에 못 미쳤던 답답한 주가 흐름이 반복될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왕의 귀환”
1일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8.3% 상향 조정했다. 오는 4분기부터 HBM3E 공급이 본격화하고, 범용 D램의 매출 비중 확대로 하반기 D램 영업이익이 분기 평균 6조원 이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서버향 고용량 TLC(Triple Level Cell)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구조적 수요 증가로 하반기 낸드 영업이익도 분기 평균 2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이런 업황 덕에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배 증가한 27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9조7000억원을 기록한 2021년 하반기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왕의 귀환’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HBM3E, DDR5(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등의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로 전년보다 5.5배 증가한 13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2분기에 10조4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2.29%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건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인 8조3000억원도 2조원 이상 뛰어넘었다. 2분기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4% 늘었다.
신한투자증권도 “삼성전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반전되고,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실적 개선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서버향 고용량·고성능 수요가 넉넉할 것이란 게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웃도는 메모리 가격 상승 장기화와 HBM 시장 침투 본격화 등의 호재가 주가 하방 압력을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 ‘비둘기’ 파월 호재에도 주가 하락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와 증권업계의 장밋빛 전망을 반가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엔 믿어도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찬양 일색인 증권가 기조와 다르게 이 회사 주가는 좀 오르는 듯하다가 한 번씩 확 고꾸라지는 패턴을 오랜 기간 반복해왔다. 예컨대 2021년 초 10만원에 근접했지만,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걸어 2022년 9월 5만1800원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95%(800원) 하락한 8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간밤에 미국 뉴욕 증시는 9월 금리 인하를 암시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에 힘입어 일제히 급등했다. 덩달아 코스피 지수도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그런데 정작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장 초반에만 잠깐 치솟았다가 금세 힘을 잃고 약세 전환했다.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다 보니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도 반신반의에 익숙한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인 직장인 신호영(가명) 씨는 “8만~9만원대에 물린 투자자가 많다 보니 주가가 올랐을 때 차익 실현이 증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13만전자는 바라지도 않고, 전문가 전망대로 하반기 실적만이라도 순항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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