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관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다수의 원고가 패소한 바 있다.
1일 오후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 소속 회원 이 모 씨가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상대로 제기한 후원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과 이를 그대로 유지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가 밝힌 목적과 이에 의거해 원고가 갖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1심 원고들 23명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생활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월 5만 원씩 후원금을 납입했다.
이들은 나눔의집 홈페이지에 기재된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전용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2020년 3월 나눔의집 직원인 공익제보자들이 시설 운영 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를 향한 정서적 학대와 후원금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된다.
이후 경기도 민관합동수사단이 조사에 나섰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모인 후원금 약 88억 원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나눔의집 시설이 아닌 법인 계좌로 모집돼 특정 건물 건립 용도 등으로 유보돼있는 상태였으며 사용 내역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자신들이 낸 후원금을 반환하라며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고, 이후 5명의 회원이 항소했으나 2023년 11월 2심에서도 동일하게 패소 판결이 났다. 이후 이 씨 단 1명만이 대법원에 상고해 이날 파기환송 취지의 결정을 끌어낸 것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당초 나눔의집 법인 측에 후원금을 횡령할 목적이 없었다고 봤다. 사회복지활동이 법인과 시설을 구분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별도의 후원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아 후원받는 자의 의무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후원금 중 일부가 피해자 할머니들 지원에 쓰인 점,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내용이나 정도도 후원계약을 해제할 정도는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후원금 계약의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면서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렇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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