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형법상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는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보사령부 블랙 요원(신분을 위장하고 첩보 활동을 하는 요원)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형법상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의혹은 최근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인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군 수사를 받는 사건이다. 현행법상 간첩죄 적용 범위는 적국으로 한정돼있어 중국 측에 기밀을 유출했다면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한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에 자기들은 반대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며 “결국 민주당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서 지난 국회에서 간첩법이 통과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단순한 기밀 보호법으로 처벌하기에는 대단한 중죄”라며 “이 정도로 간첩이 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말했다. 대화가 필요하지만, 대화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며 “지난 정부는 국군 기무사령부를 안보지원사로 바꾸면서 요원의 30%를 감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2020년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국정원의 방첩 역량을 무너뜨렸다”며 “수사 업무를 오래 했지만, 대공·정보 수사는 일반적인 검경이 담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법안 통과로 대한민국 대공·정보 역량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그것도 모자라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의 조사권까지 박탈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한 대표의 간첩법 개정 관련 주장에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본질을 흐리는 남 탓에 참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간첩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서 기밀이 유출됐나. 군사기밀보호법이 멀쩡히 있는데 처벌이 안 된다는 주장은 무슨 소리인가”라며 “군 정보부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 발생한 책임을 덮으려고 야당 탓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직무대행은 “야당 탓한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이 감춰지진 않는다”면서 “한 대표는 허위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심각한 기강 해이와 안보 무능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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