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1조원까지, 기존보다 2배 확대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연내 저점을 찍으면서 선제적인 자본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화재는 이사회를 열고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2월말까지 최대 1조원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4월 15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어 남은 한도는 8500억원이다.
후순위채는 갚아야 할 빚이지만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탓에 보험업법 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5000억원 채권에 만기가 도래하면 상환과 동시에 5000억원의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식이다.
올해 메리츠화재는 4월과 11월 각각 2500억원씩, 총 5000억원 후순위채 차환이 예정돼 있다. 기존에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5000억원으로 설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번에 메리츠화재가 발행 한도를 2배나 늘린 건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내년 건전성 규제(지급여력제도·K-ICS) 강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금리가 저렴할 때 미리 자본확충을 해두는 것이 비용 관리와 향후 대응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29일엔 국고채 10년물 평균금리가 3.046%로 올해 최저점을 찍었다. 1분기말(3.413%), 2분기말(3.266%)에 이어 지속 하락세로, 연중 최고치(3.707%)와 비교하면 0.661%p 차이다.
지난 4월 메리츠화재가 발행한 1500억원 후순위채에 적용된 금리가 4.735%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발행시 더 낮은 금리에서 이율이 설정될 수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오는 2027년까지 보험부채 산출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사실상 건전성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최근 선제적인 자본확충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메리츠화재 킥스비율은 226.9%로 여유 있는 상태지만 향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채권을 발행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향후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며 “최근 발행시장 상황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리 자본관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보험업법상 최소치는 100%다. 킥스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해지 등 보험금 지급이 쏠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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