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사기이용계좌’ 등록 이력이 있는 고객의 약 65%를 ‘저위험’ 등급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이용계좌는 보이스피싱·대출 사기 등을 당한 피해자의 자금이 이체된 계좌 등을 말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고객위험평가’를 통해 고객 위험 등급을 분류하는데, 고위험군에 속할 경우 신원 확인 및 금융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계좌가 사기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는 나날이 늘고 있는데, 사전 예방을 위한 고객 위험 관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불법 행위 이력을 가진 고객에 대한 위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7일 카카오뱅크에 고객위험평가 모형 운영, 의심스러운 거래 추출 기준 적정성 검토 및 모니터링 체계, 신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사전위험평가 운영 등 4건을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는 개선 사항을 3개월 이내에 조치해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사는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30조에 따라 고객 유형을 평가해야 한다. 자사가 제공하는 금융 거래 및 서비스를 불법 행위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객평가 항목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사기이용계좌 등록 이력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고객의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 항목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사기이용계좌 등록 이력 보유 고객의 약 65%를 저위험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불법행위 이력 보유 고객 위험이 고객위험평가 모형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체계를 개선하라”고 했다.
금융사기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사기이용계좌 등록 건수는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사기이용계좌 등록에 따른 지급정지 건수는 총 1만7683건이며, 2020년 2만191건, 2021년 2만6321건, 2022년 3만389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의 사기이용계좌 등록 건수는 3558건으로,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금감원은 또 미성년자 계좌의 의심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만 7~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인 카카오뱅크의 ‘미니(mini)’가 불법 도박 등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청소년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계좌 상당 부분이 카카오뱅크 계좌라며 지난해 12월 금감원에 공익 신고를 했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에 “미성년 고객의 이용 금액이 소액이므로 운영 중인 시스템 기준으로는 의심 거래를 추출하기 곤란하다”며 “미성년 고객 의심 거래 추출 기준을 신설하라”고 통보했다.
카카오뱅크는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미니 일별 이용 한도를 기존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월 이용한도는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렸다. 또 미니 이용 고객이 의심 계좌에 돈을 이체하면 ‘불법 행위 이용 의심 계좌’ ‘이용 제한 및 처벌될 수 있음’ 등을 알림으로 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도박없는 학교 등과 핫라인을 구축해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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