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올해 초 부터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엔씨소프트가 쇄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사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서비스하는 게임의 장르를 다변화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소식에 의하면, 최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CRBE코리아와 딜로이트안진를 ‘엔씨타워1’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선정했다. 2008년에 준공된 해당 건물은 2018년까지 엔씨가 사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연면적은 3만912㎡, 규모는 22층이다.
해당 건물의 소재지가 강남 권역(강남구 테헤란로 509)에 위치한 만큼, 시장에서는 엔씨타워1이 평당 4000만원 중반대 가격에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초구 서초대로 74길에 위치한 ‘더 에셋 강남’ 건물의 예상 매각 가격은 1조원을 상회하는 데, 엔씨타워1 역시 비슷한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신사옥 건립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모양새다. 엔씨는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 부지에 글로벌 RDI 센터로 쓰일 사옥을 짓고 있다. 부지의 대지면적은 약 7780평이다. 여기에 지하를 포함해 22층 규모의 건물이 두 개동 들어 서는데, 이 중 하나를 엔씨가 활용할 예정이다. 완공 목표는 2027년 9월이다.
신사옥 건립 비용과 관련해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신사옥의 토지 매입 가격은 4300억원이고 공사비로 인해 5800억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엔씨타워1이 시장 예측치와 부합한 가격에 매매된다면, 별도의 지출 없이 매각 비용 만으로 신사옥 건립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존의 건물을 팔면서까지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에는 본사 인원을 한데 모아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자 하는 엔씨의 의중이 읽힌다. 올해 3월 말 기준 엔씨의 전 직원 수(기간제 포함)는 4947명인 반면, 판교에 위치한 엔씨 R&D 센터는 2500여명을 수용 가능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와 함께 엔씨는 스웨덴 소재의 게임사인 문 로버 게임즈(Moon Rover Games)에 한화 약 48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음을 밝혔다.
2022년 스웨덴에서 창립된 해당 게임사는 ‘배틀필드’, ‘파크라이’, ‘톰 클랜시: 더 디비전’ 시리즈 등과 같은 게임 제작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개발자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PC 및 콘솔 플랫폼 기반의 FPS 신작 ‘Project Aldous(프로젝트 올더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엔씨와 문 로버 게임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다. 프로젝트의 단계별 진척에 따라 향후 추가 투자 및 퍼블리싱 권한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엔씨가 이를 통해 외부 투자와 얽힌 지난 날의 아픈 기억을 씻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엔씨는 지난 2001년 게임사에 족적을 남긴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이 설립한 데스티네이션게임즈의 인수를 위해 당시 보유하고 있던 전체 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470억원을 지출했다. 이후 1500억원 가량을 들여 ‘타뷸라 라사’를 시장에 내놨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이후에도 아레나넷, 넥스트플레이, 엔트리브소프트 등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으나 마땅한 성과를 내 놓은 곳은 없다. 아레나넷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길드워’ IP를 내 놓았으나, 이와 별개로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엔씨의 북미 지사인 엔씨웨스트는 작년까지 28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1075억원을 들여 가져온 엔트리브스튜디오는 올 1월 폐업 수순을 밟았다. 2016년에는 하이브로에 64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이에 대한 지분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첫 투자 대상인 문 로버 게임즈는 슈팅 장르 게임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잠재력 높은 회사”라며 “이번 투자가 전세계 지역별 개발 클러스터 구축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표는 “이번 투자는 앞으로 엔씨가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라며 “8월 중 국내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및 판권 투자, 동남아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 플랫폼으로서 퍼플의 성장동력 확보 계획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엔씨 측은 “게임 포트폴리오 및 글로벌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 투자 및 퍼블리싱 판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회사의 성장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한 M&A를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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