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등 수요예측 대대적 ‘흥행’
일부 미매각 회사채, 개인 투자자 통해 자금조달 성공
부동산 PF 리스크…투심 위축, 고우량 업체 중심 ‘선별투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이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건설업계 자금조달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건설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건설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온전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긴 이르단 평가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8배가량인 1조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흥행을 거뒀다. 이에 당초 모집액 대비 2배 많은 26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반도체 모듈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 2곳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건설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면서 수익성 향상 및 재무안전성 개선 등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수요예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날 발행금리를 최종 확정하고 조달한 자금은 회사채 차환 등에 활용할 계회이다.
이보다 앞서 DL이앤씨도 지난달 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80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6년째 업계 최고 수준인 ‘AA-(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사업 기반 등이 주효했단 평가다.
일부 미매각으로 부침을 겪었던 GS건설과 HL디앤아이한라도 개인투자자 대상 추가 청약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다.
GS건설은 지난 5월 총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8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며 전량 매각했다. HL디앤아이한라 는 기관투자자를 통해 5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개인투자자로부터 나머지 금액을 조달해 총 6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한풀 누그러진 모습이다. 업계에선 아파트값 상승 및 매매거래량 확대 등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차츰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건설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건설사도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건설업계 전반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단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모두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업황이 여전히 불안정해서다. 건설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완전히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일러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건설사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거란 견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 등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 만큼 투심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으나, 아직 건설사 회사채에 대해선 외면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고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경기 개선에도 수주잔고 및 예정사업장, PF 보증 등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방 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며 “하반기에도 비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장기화하면서 부정적인 신용도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F 구조조정 기조 하에 PF 보증 및 책임준공과 관련한 우발채무 현실화 사례가 누적되거나 저조한 분양실적 등으로 공사비 회수가 지연되는 건설사는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공사원가 부담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미수금, 시행사 대여금을 비롯한 영업자산의 안정적인 회수 여부가 건설사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 개선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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