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는 한국은 그동안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고 불렸다. 외산 가전은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마저도 삼성·LG 제품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유독 국내 기업이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로봇청소기 얘기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매출·영업이익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으나 업계에선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2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가 장악했다.
특히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올인원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 경쟁력을 갖춰 품질 면에서도 국산 가전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란 로봇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을 동시에 진행하고, 물걸레 세탁·건조까지 대신 해주는 지능형 가전을 말한다. 이 제품은 그 편리함을 바탕으로 빠르게 한국 가정에 파고들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보급률은 20%대 초반대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관련 시장은 더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을 놓고 2~3년 전부터 중국 로봇청소기 전문 업체들이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다. 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현재는 ‘2강 2약’ 체제로 풀이된다.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업체는 샤오미 계열 로봇청소기 제조사인 로보락이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판매하고 있음에도 로보락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청소 품질과 소음 면에서 우수한 게 인기 요인이다.
로봇 가전 전문업체 에코백스 정도가 현재 로보락의 라이벌이라고 할 만하다. 에코백스는 최근 연예인 전지현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국내 AS망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150만원대였던 올인원 로봇청소기 가격도 130만원대로 인하했다.
또 다른 샤오미 계열 로봇청소기 제조사인 드리미와 나르왈 등도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프리미엄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첫 올인원 제품이다. 중국산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물걸레 기능 강화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LG전자도 오는 9월 IFA 2024 기간에 맞춰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공개하고 관련 마케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명은 미정이지만 업계에선 ‘로봇킹 AI 올인원’이라는 이름을 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봇청소기는 기능뿐만 아니라 장기간 사용에 따른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AS망에 강점이 있는 국내 업체들이 유리한 부분이다. 조금 늦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LG 올인원 로봇청소기 본연의 청소 기능이 중국 업체보다 떨어져서는 안 된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가 한국이 ‘로봇청소기 독립’을 이룰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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