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을 하는 장모(43)씨는 최근 채권 투자를 위해 주식 일부를 정리했다. 주변 자산가 사이에서 절세 목적의 국고채 투자 사례가 들려오자 그 역시도 일부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장씨가 눈여겨보고 있는 채권은 2022년 발행한 5년 만기 국채다. 장씨는 “2022년 발행한 이 채권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발행 당시보다 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장외 채권을 23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최근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자 채권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사들이려는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채권을 투자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조언한다.
◇ 채권의 개념과 가격 결정 요인은
채권 투자는 자금이 필요한 채권 발행자에 돈을 빌려주고 일정 기간 이자를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까지 되돌려 받는 금융상품이다. 채권은 누가 발행하는지에 따라 나눠진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가장 안전한 채권이다. 이외 지방기관에서 발행하는 지방채,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있다.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위험성이 크지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채권의 구성요소로는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가 있다. 액면가는 말 그대로 채권의 정해진 가격을 의미하고 만기는 그 액면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1년, 3년, 10년 등)이다. 그리고 표면금리는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다. 그런데 채권은 중간에 사고팔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는 똑같지만 시장에서의 채권 가격은 바뀐다.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따라, 금리 수준에 따라 채권 가격이 변동된다.
이때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이후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는 이전 발행된 채권 금리보다 낮아진다. 상황이 이러면 기존 발행된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진다. 가령 6개월 전 발행된 3%짜리 채권이 있는데 새로 발행된 2% 채권을 사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투자자는 액면가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3% 채권을 사려고 할 테고 3% 채권 가격은 액면가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통상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은 높아진다.
◇ 신용등급 고려해 투자해야…BBB-등급까지
채권은 만기 때까지 이자와 원금이 미리 정해져 있어 변동성이 낮다. 주식과 같은 다른 금융투자상품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위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또 현행법상 개인의 채권 매매 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채권 투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연 200만원(일반형)까지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소득은 9.9%로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
채권 투자 시 신용등급을 고려해야 한다. 국채가 아니라면 모든 채권에는 채무불이행위험이 내재해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을 활용할 경우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 BBB-등급이 투자적격등급 하한선인데 이보다 높은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한 국채·지방채, 금융채부터 시작해 점차 회사채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AA등급 이상을 투자하고 경험이 쌓이면 우량 회사채에 도전하는 것이다. 더 높은 금리를 원한다면 그룹 계열사의 A등급 채권을 노려볼 만하다. BBB등급 투자까지 생각하신다면 재무제표 등을 따져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
채권 투자는 중도매매를 통해 매매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이자와 만기에 원금을 받은 것을 전제로 투자하다가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오르면 중도 매도하는 것이다. 다만 시장금리가 채권 매수 시점보다 오를 때 채권을 시장에 매도하면 매매손실을 보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다만 만기까지 그대로 보유한다면 이자, 원금 등 매매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 회사채 최대 수익률 연 9%대
채권은 장내채권과 장외채권이 있다. 장내채권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으로 주식처럼 호가에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이용하면 된다. 장외채권은 사실상 채권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각 증권사가 단독으로 보유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마다 취급하는 종류가 다르므로 어떤 증권사에서 어떤 채권을 매수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장외채권 역시 각 증권사 거래 플랫폼을 통해 매매할 수 있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주식에 비해 낮고 은행 예금보다는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30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993%를 기록했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055%, 연 3.035%였으며 50년물은 연 2.885%였다. 3년 만기 회사채 AA+와 AA-는 각각 연 3.371%, 연 3.453%였으며 같은 만기의 회사채 BBB+와 BBB-는 각각 연 7.068%, 연 9.484%를 기록했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상품은 동일한 잔존만기의 채권을 담아 상품을 구성한다. 만기가 되면 ETF는 상장폐지되고 일반 채권처럼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만기 시점까지 보유할 경우 시중 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매수 시점의 만기기대수익률(YTM)을 얻을 수 있기에 채권에 투자하는 효과와 함께 ETF라 유동성 확보도 가능하다. 전날 기준 ‘ACE 24-12 회사채(AA-이상)액티브’의 YTM은 3.50%다.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도 각각 3.54%, 3.42%로 연 3%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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