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사업을 두고 펼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여론전이 격화하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갈등은 다른 수주의 계약방식까지 따져가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달청을 통해 공고한 일반물자 대형 해상시험선(대형시험선)의 상세설계와 건조사업을 수주했다고 지난 29일 전했다. 1255억원 규모인 해당 사업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참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여러 평가에서 한화오션을 앞질러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해당 사업 계약방식을 들어 하반기 KDDX 사업도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담당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은 ‘(대형시험선의)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시행했지만, ADD가 요구하는 개선성능을 만족하지 못해 HD현대중공업이 추가 검토를 수행했고, 이번 입찰에 참가해 달라는 발주기관(ADD) 요청에 따라 경쟁입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라며 “KDDX 사업 역시 HD현대중공업의 주장대로 기본설계에 대한 추가 개선사항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경쟁입찰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더 나은 KDDX 사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대형시험선 상세설계와 건조 사업자 선정을 경쟁입찰로 진행한 것은 ‘우리나라 최고 국방 전문연구소인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함정사업도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건조를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일반물자인 대형시험선과 달리 KDDX는 방산물자이고, 방산물자는 수의계약이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상세설계는 기본설계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두 설계를 다른 업체가 맡으면 설계 파악에 긴 시간이 필요해 납기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군 장비의 납기 지연은 그 자체로 국군 전력의 약화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평소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주장했으나, 대형시험선 사업을 수주한 뒤 ‘개선성능 충족해 조기인도 하겠다’고 설명해 스스로의 주장을 부정했다”라며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초도함 건조까지 맡아야 한다는 HD현대중공업의 주장과 달리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갖고 있는 기본설계 결과 자료를 제공받아 사업을 속행할 수 있다”고 했다.
KDDX 수주를 둘러싼 갈등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하고 공유했다는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일로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3년간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해당 사안에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렸다. HD현대중공업에도 KDDX 사업을 입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두 회사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한화오션이 지난 3월 설계 유출에 관여한 HD현대중공업 임원 등을 고발했고,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7월 초에는 방사청 내부 문건이 밖으로 흘러나와 사업자를 추측하는 보도가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경찰에 제출한 왕정홍 전 방사청장의 KDDX 입찰 비리 의혹 관련 참고인 의견서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보안사고 감점 규정을 완화해 줬다’는 주장은 2020년 7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결과가 공개됐을 때부터 한화오션이 제기한 주장”이라며 “이후 한화오션이 제기한 민사 가처분(법원)과 국민 감사청구(감사원)를 통해 그 허구성이 여실히 확인된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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