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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사태 배경에는 자본잠식 상태인 e커머스사가 판매자에게 가야할 거래액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나쁜 관행이 있었다. 실제 티몬·위메프는 자금난에 빠지자 무리한 프로모션으로 셀러들을 유인했고 팔수록 손해인 상품권 할인까지 남발하면서 판매량 늘리기에 목을 맸다. e커머스 시장의 과도한 경쟁에서 할인 전략은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무리하게 사용하면 회사가 망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폐해를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1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는 6월부터 7월까지 티몬·위메프 사태의 일간 카드 결제 금액 추정치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양사의 카드 결제액은 6월 15일에만 해도 하루 53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7월 7일 직전인 6일에는 무려 897억원까지 치솟았다. 결제액이 한 달도 안돼 이렇게 급증한 것은 티몬과 위메프가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단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7월 초 티몬은 ‘몬스터 메가세일’을 위메프는 ‘위메프 데이’라는 이름으로 특가 행사를 개시했다. 할인률이 올라가자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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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의 월간 거래액을 보면 실제 이와 같은 프로모션은 더 일찍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분석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몬의 월간 추정 결제액은 연초 1~3월에는 월평균 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4월에 6583억원으로 올랐다. 2분기 들어서부터 티몬이 셀러들을 대상으로 각종 프로모션을 본격화했는데 그 영향이다.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에 위시를 매각한 콘테스트로직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4월 19일에 최종 마무리됐는데 이때 큐텐이 한국 e커머스에서 돈을 빼간 만큼 이를 만회하려 무리하게 거래액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티몬 월간 거래액 추정치는 할인 상품권 판매를 본격화한 6월에 8398억원까치 치솟았다.
프로모션 혜택을 현장에서 경험한 티몬·위메프 판매사들도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 한 셀러는 “당시 고객이 구매한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이 정산금으로 잡혀 이상했다”며 “상품기획직원(MD)에게 이유를 묻자 ‘우리가 셀러님들을 모으기 위해 마이너스 쿠폰을 붙여드리는 것’이라는 설명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티몬·위메프 입장에서는 거래가 발생할 수록 손해인 이와 같은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고 프로모션으로 거래가 늘어 받아야 할 돈이 늘어난 판매사들은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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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재무상황을 봐도 무리한 프로모션의 흔적이 드러난다. 위메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23년 판매촉진비는 370억원으로 전년(187억원) 대비 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1922억원에서 1385억원으로 줄었음을 고려하면 벌어들이는 돈을 줄어드는데 프로모션 비용은 도리어 증가한 것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대표는 30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자상거래에서 가격경쟁이 중요 이슈가 됐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됐다”며 “판매 대금을 가격 경쟁 프로모션에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 대표 입장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거래량이 늘면 유용할 수 있는 거래액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티몬·위메프의 물류를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에도 도움이 돼 나스닥 상장에 혜택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e커머스 시장에서 할인 등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돈이 많은 고래만 사용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과거 티몬·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묶였지만 이제는 급이 다르게 성장한 쿠팡은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무려 27억달러(3조7000억원)를 투자 받았다. 쿠팡은 이 돈으로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국내에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배송 인프라를 갖추면서 압도적 선두 업체로 성장했다. 그런데 큐텐의 경우 이와 같은 자본력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새우가 고래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프로모션 할인을 하다 몰락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e커머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영배 큐텐 회장은 글로벌 e커머스를 꿈궜다는 점에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보다 꿈이 더 컸다”며 “그런데 그만한 자금력도 없는데 다소 무모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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