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의 ‘라스트 댄스’는 완벽했다. 개인전의 상심을 딛고 단체전에서의 금메달 그리고 둘째 출산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피엔딩’이었다.
구본길과 오상욱(28), 박상원(24·이상 대전시청),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이뤄진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헀다.
구본길은 이번 우승 멤버 중 3번의 금메달 순간을 모두 함께한 유일한 선수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막내로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고, 2020 도쿄 대회를 거쳐 이번 대회에선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3연패의 환희를 누렸다.
2012년 당시 그와 함께했던 원우영은 이번 대회 사브르팀 코치로 함께 했고, 런던에 이어 도쿄까지 팀을 지켰던 김정환도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구본길 역시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하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활약했다.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먼저 열린 개인전에서 그는 32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올림픽 개인전 첫 메달을 따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그였기에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본길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지나간 경기는 빨리 잊어야 한다. 개인전보다 더 중요한 단체전이 있기에 맏형인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단체전 첫 경기인 캐나다와의 8강전. 구본길은 첫 두 번의 라운드에서 모두 상대에게 밀리며 고전했다. 대기 선수인 도경동과의 교체를 고려할 정도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구본길은 다시 힘을 냈다. 그는 “동료들이 다시 한번 믿어줬다. 그 덕에 자신감이 생겼고 상대 선수나 관중들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4강부턴 우리가 알던 구본길이 돌아왔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상대의 흐름을 빼앗으며 한국의 승리에 일조했다. 결승에서도 활약이 이어졌고 끝내 3연속 우승의 순간에 모두 함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것 이외에도, 구본길에겐 이번 파리 대회가 더욱 각별했다. 바로 둘째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과 올림픽 금메달의 순간이 겹쳤기 때문이다.
구본길은 대회 전 “둘째 출산 예정일이 7월 31일인데 그때 마침 사브르 단체전 결승이 열린다”고 말했다.
3연패의 역사와 함께 개인적인 의미까지 더했던 파리 올림픽. 그간 숱하게 많은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에게도 이번 메달은 더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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