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선 여자탁구 선수 중 최고령자인 중국계 룩셈부르크인 니 시아리안(61)이 32강에서 최강자의 벽에 가로막혀 전진을 멈췄다. 비록 패했으나 그는 활짝 웃으며 진정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니 시아리안은 3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샤(중국)를 만나 게임 스코어 0-4(5-11 1-11 11-13 4-11)로 완패했다.
니 시아리안은 중국과 룩셈부르크 모두에서 전설로 남을 탁구인이다. 1980년대에는 중국 대표로 활약했고 1991년부터는 룩셈부르크를 대표하고 있다. 이번까지, 올림픽 참가만 6번이다.
그녀는 3년 전 도쿄 대회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당시 17세였던 ‘삐약이’ 신유빈과 맞붙어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때도 이미 백전노장이었는데 여전히 룩셈부르크에서 니 시아리안보다 탁구를 잘 치는 선수는 없었고, 다시 한번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64강에서 알틴카야 시벨(튀르키예)을 꺾으면서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던 니 시아리안의 다음 상대는 하필 ‘금메달 후보’ 쑨잉샤였다.
경기 전부터 니 시아리안의 승리를 점치는 쪽은 거의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내용, 결과 모두 압도적으로 패했다.
그러나 니 시아리안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쑨잉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이후 관중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7000석을 꽉 채운 관중들도 패자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남편이자 코치인 토미 다니엘손과 입을 맞추기도 한 니 시아리안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니 시아리안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보고 때로는 영어, 때로는 중국어로 유창하게 대답했다.
니 시아리안은 먼저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서 탁구를 배웠고 실력을 늘렸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올림픽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며 “비록 졌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쑨잉샤는 입을 앙다문 모습으로 진지하게 임했다. 그러나 손녀뻘과 겨룬 니 시아리안은 편안한 표정을 유지했다.
오히려 정교한 쑨잉샤의 샷을 보며 감탄했다. 리시브를 받으려다 역동작에 걸렸을 때는 손을 등 뒤로 넘겨 공을 받아내는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니 시아리안은 “쑨잉샤와 대결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나에게 다시 한번 탁구의 눈을 뜨게 해줬다”며 “다른 선수를 상대로는 이길 수 있었지만, 쑨잉샤에게는 모든 것이 뒤졌다”고 승자를 치켜올렸다.
룩셈부르크탁구협회의 지원에 감사함을 표한 니 시아리안은 모든 질문에 막히지 않고 술술 대답했다. 하지만 4년 뒤 LA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묻자 다소 머뭇거렸다.
그녀는 “3년 전 도쿄 대회를 마친 뒤 파리 대회가 정말 멀게 느껴졌는데 또 다음 대회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끝까지 ‘탁구채를 놓겠다’는 말을 직접 꺼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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