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에서 친(親)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 사령관을 향한 공격, 이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 사망으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위기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란에서는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이 현실화할지 우려된다.
3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 중이었다.
이란에서는 이날부터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이번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은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가혹한 처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란 영토에서 살해된 하니예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이슬람공화국은 영토, 존엄성, 명예를 수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니예는 가자지구 최대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와 함께 이스라엘 측의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꼽혀 왔다.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살해된 데 이어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실시해 헤즈볼라 작전 책임자를 제거했다고 주장하며 중동 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사망한 헤즈볼라의 작전 책임자 푸아드 슈크르를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서 발생한 로켓 공격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당시 축구장에서는 미성년자 12명이 사망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당장 양측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인질 협상을 결렬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CNN 정치 및 외교 정책 분석가인 바라크 라비드는 “이스라엘 정부는 하니예를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며 “그가 군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죽음은 인질 협상과 휴전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분석가들은 전면전으로 확대될지 여부가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헤즈볼라 등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며 “그들은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들 당사자의 갈등을 억제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는 바뀌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동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NYT에 “지난 10개월 동안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할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계산이 바뀌지 않았고,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 사건에 대응해 표적 공습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이번 사건들이 전면전을 감행할 만큼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 위기그룹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요스트 힐터만은 NYT에 “‘정치 지도자’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하니예는 대체될 수 있는 지도자”라며 “이란 영토에서 암살이 일어났지만, 어쨌든 하니예는 이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하니예의 죽음은 올해 초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들이 살해된 것보다 덜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습으로 자국 영사관이 파괴됐다며 드론과 미사일 300대 이상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에 막혀 전면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힐터만은 이러한 전례에 비춰봤을 때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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