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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생명보험사 양대 산맥인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라이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표를 받은 반면, KB라이프는 역성장했다.
실적 향방이 달라진 배경엔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서로 다른 보험영업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과 이환주 KB라이프 사장은 모두 ‘전략통’으로 꼽힌다. 다만 이영종 사장은 좀 더 강한 실행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성향에서 드러나듯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 보장성 보험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KB라이프의 이환주 사장은 공격적인 영업 확장 대신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업계 과당경쟁 우려가 제기되자, KB라이프는 올해 초 불거진 보험업계의 단기납 종신보험 출혈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본격적으로 저축성 보험 비중을 80%대까지 늘리며 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두 생보사 모두 그룹 실적 기여도는 제자리 걸음이다. 갈수록 비은행 부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수익성 개선 노력도 시급한 과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올 상반기 312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수치다. 반면 KB라이프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8.2% 줄어든 2023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양사 순이익 격차는 1000억원대로 벌어졌다.
작년만 해도 나란히 성장했던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실적이 엇갈린 건 올해 양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보험영업손익은 각각 4069억원, 15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14% 상승한 수치다. 신한라이프의 보험영업 실적 상승세가 KB라이프를 제친 셈이다.
신한라이프의 핵심 영업 전략은 ‘보장성 보험 확대’였다. IFRS17(새 회계제도) 체제에 발 맞춰 공격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라이프의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 비중은 95%에 달한다. 이영종 사장은 취임 후 ‘생명보험 톱2’를 목표로 내세우며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 확대로 공격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GA의 성공적인 진입과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전략을 통해 전체 APE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83% 성장했다”며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추진해 온 상품 및 영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통해 영업 기초 체력을 향상시키고, 시장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B라이프는 오히려 ‘저축성 보험’ 영업에 공들였다.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영업 경쟁을 벌일 때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지양한 것이다. 대신, 연금보험 비중을 높이며 생명보험 본업에 집중했다. 실제로 KB라이프의 저축성 보험 APE 비중은 82.2%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 저축성 보험 비중이 1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환주 사장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중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실적 하락 배경은 보다 우호적이었던 전년 시장 환경에 따른 금융자산 평가금액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통합 출범 이후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성과 건전성을 꾸준히 높여왔다”고 밝혔다.
다만 양사 모두 그룹 기여도 확대는 과제로 남아있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는 각각 통합 출범 3년차와 2년차를 맞았지만, 그룹 기여도는 각각 11%,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금융그룹이 경쟁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금융지주계열 생명보험사 실적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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