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비트코인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비트코인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규제당국의 눈치를 보며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31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 대비 7% 상승한 90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5000만원선에 거래되던 것에 비해서는 80% 이상 오른 가격이고, 3000만원선 수준이던 1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글로벌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속속 도입되면서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실제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상장이 승인됐다. 반년이 지난 이달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까지 허용되며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 시장에 안착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그간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일변도 정책을 펴온 공화당 역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는 다소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이달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첫 업권법인 ‘이용자보호법’이 지난 19일 시행됐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사기적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가 주를 이루는 법인 만큼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거래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일 거래액은 22조원 규모에 달했으나, 한달여 만에 5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가상자산 업권법 시행 전후로는 더욱 가라앉은 모습이다. 지난달 기준 5대 거래소의 거래액을 합한 금액은 3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업비트의 거래액이 절반을 훌쩍 넘는 2조원을 차지하며 거래소간 격차 역시 더욱 커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감시와 규제가 엄격해지며 거래소들의 공격적 마케팅과 알트코인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오르는 이른바 ‘펌핑’ 현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화 입출금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각 거래소들이 국내에서 단독으로 상장하는 알트코인을 거래하거나,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는 종목에 투자하려는 이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상반기까지 신규 상장에 열을 올리던 거래소들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달까지 평균 4, 5개의 자산을 신규로 상장했으나, 이달에는 단 한개만을 새로 상장했다. 빗썸 역시 연초 최대 한달에 10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했으나, 이달 신규 지원 가상자산은 5개 뿐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들도 이자경쟁이나 신규 상장으로 경쟁할 때는 지났다”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UI/UX등 개선 등 사용자 편의성과 서비스 질을 높여 이용자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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