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경차와 해치백,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이다. 경제적·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데다 도로나 주차장이 좁은 곳이 많아 큰 차보다 작은 차가 여러 측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유럽 2위 자동차 생산국인 스페인의 올해 상반기 차급별 판매량을 보면 중형 SUV는 16만9573대로 3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소형 SUV(10만8616대·20.3%), 경차(9만8601대·18.4%), 컴팩트카(8만4577대·15.8%)가 뒤를 이었다.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도 6개 모델이 소형 SUV·해치백 모델이었고 나머지는 준중형 SUV가 차지했다. 덩치가 크고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중형 이상의 대형차와 프리미엄 차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쳤다.
스페인에서는 작은 체급의 차들이 도로를 활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치아의 ‘산데로’, 세아트 ‘아로나’·’이비자’, 토요타 ‘코롤라’, 푸조 ‘2008’, 시트로엥 ‘C3’, 르노 ‘클리오’ 같은 차들이 스페인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같은 유럽 시장 트렌드에 맞춘 전략형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31일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만5119대의 판매량으로 13.2%의 점유율을 거뒀다. 기아는 6만6245대로 2위, 현대차는 5만8874대로 4위에 올랐다.
올해 양사의 상반기 판매량은 6만3688대로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만2613대를 팔며 브랜드 4위에 올랐다. 푸조(3만2096대), 르노(3만1389대), 시트로엥(2만5764대), 메르세데스-벤츠(2만4147대) 등 다수의 토종 유럽 브랜드를 제쳤다.
3만1075대의 차를 판 기아는 7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0.9% 감소했다. 1위는 토요타로 4만8798대의 차를 팔며 9.1%의 점유율을 거뒀다.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로는 토요타를 뛰어 넘었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올 상반기 가장 잘 팔린 모델은 준중형 SUV인 투싼(1만921대)과 스포티지(9457대)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현대차·기아의 숨겨진 소형차의 인기도 높다. 현대차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린 모델은 i20로 6357대 팔렸다. i10과 i30 판매대수는 각각 2423대, 3555대다. i 시리즈의 총 판매량은 투싼보다 1414대 더 많다. 제네시스가 1대 팔리는 상황에서 투싼과 함께 i 시리즈가 현대차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셈이다.
초기부터 유럽 체코공장 등에서 생산돼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짧아 세단과 비교해 우수한 운동성능, 빠른 스피드를 확보했다. 세로로 된 트렁크 공간은 적재하기 쉬워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차가 작기 때문에 연비도 좋은 편이다. 현지에서 ‘올해의 차’에 다수 이름을 올린 코나는 6151대의 판매량으로 현대차 모델 중 세 번째로 잘 팔렸다.
유럽 전용 모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기아의 준중형 해치백인 씨드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인 엑씨드는 총 7834대 팔리며 기아 판매의 25.2% 비중을 차지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딱딱한 승차감, 디테일한 바디 디자인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폭스바겐 골프(3806대) 판매를 뛰어넘었다. 추가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판매를 끌어올렸다. 기아에서 잘 팔린 모델 2~3위인 스토닉과 니로뿐 아니라 현대차의 유럽 전용 SUV인 바이온, 기아 피칸토, 리오 II도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모델들이다.
스페인의 전기차 생산량은 오는 2030년 연 164만대로 독일,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1위에 오를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과 중국 체리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와 관계 기업들이 스페인에 거점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소형 전기차 EV3와 캐스퍼 전기차(수출명 인스터)를 출시해 스페인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스페인 법인의 레오폴도 사트루스테기 페레즈 데 비야밀 법인장 등을 만나 현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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