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내서 투자한 미수금 1조원이 반대매매로 돌아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실적,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어 반대매매로 인한 청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7거래일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6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100억원 수준이다. 직전 7거래일 동안 반대매매 금액이 평균 5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급증했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값이다. 투자자가 이 외상값(결제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받아낸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반대매매가 최근 늘어난 건 7월 중순 이후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2890대에 마감한 코스피는 현재 2750선까지 내려간 상태다. ‘빚투’를 한 투자자들의 주식이 주가 급락에 강제 청산당한 것이다.
이달 들어 빅테크 실적 발표에 AI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기술주 투매에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국내 증시도 주가 하락 압력이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2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주가 하락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빚투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22일 1조314억원까지 확대된 뒤 지난 26일 9565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29일 다시 9800억원으로 늘어났다. 미수금이 올해 1조원을 넘긴 건 네 차례 있었는데 모두 7월이었다.
신용잔액도 아직 20조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5905억원이었다. 연초 17조4400억원 수준이었는데 하반기 들어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이달 들어 지난 30일까지 10.43% 상승했다. 지난 25일에는 18.77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VKOSPI가 18을 넘긴 건 증시가 급락한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이용해 산출한다. 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한다. 변동성 확대가 예상될 때 특정 가격에 상품을 팔거나 살 수 있는 옵션의 가치가 고평가되고 VKOSPI는 상승한다. 이에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2700선 초반까지 밀려났던 코스피가 하락세를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3분기는 계절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다. 전문가는 향후 기업 실적 둔화로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상반기는 달러 강세와 함께 상대적 원화 약세로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 산업재 업종 전반에 걸쳐 수출이 고무적이었으나 국내 기업의 실적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실적 상승이 동반되지 않으면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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