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빗썸이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농협은행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제휴 은행 변경을 통해 고객 수를 늘리겠단 의도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빗썸에겐 시장 점유율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절실한 상황이다.
빗썸은 농협은행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국민은행과의 제휴라고 바라본다. 지난 2월에도 국민은행과 접촉해 제휴를 추진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이 불발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법적 불안정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민은행이 태도를 바꿔 빗썸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단 관측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농협은행과 맺은 실명계좌 제휴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국민은행으로 파트너를 변경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빗썸과 농협은행의 계약 갱신일은 오는 9월 24일이다. 지난 6월 개정된 특금법에 따르면 은행과 거래소는 실명계좌 재계약 여부를 한 달 전에 금융당국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양측이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빗썸과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빗썸과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젊은 세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빗썸은 반대로 농협은행과의 제휴가 오히려 고객 수를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단 입장이다. 농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실명계좌를 개설하기가 어렵고 농협은행의 고객층 자체도 연령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에게 제휴 은행을 선택하는 일은 경쟁력 자체와 직결된다. 제휴 은행의 입지와 계좌 개설의 편의성에 따라 거래소의 점유율 자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업비트는 IBK기업은행과 계약을 종료하고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로 실명계좌 은행을 교체한 뒤 거래량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빗썸은 국민은행과 제휴를 이뤄내는 데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농협은행과 비교해 접근성과 앱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앱은 NH스마트뱅킹, NH올원뱅크 등 여러 개인 반면 국민은행은 슈퍼앱인 KB스타뱅킹 하나로 일원화돼 있다. 고객 수 측면에서도 지난 4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스마트뱅킹과 올원뱅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785만명, 402만명인 반면 KB스타뱅킹의 MAU는 1230만명에 달했다.
이제 빗썸의 분위기 전환은 국민은행의 결정에 달린 모양새다. 과거 국민은행은 빗썸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최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리스크도 크게 해소됐다. 국민은행에게 빗썸과의 제휴를 망설일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더불어 국민은행은 제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한편 빗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30%대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위인 업비트는 7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빗썸이 국민은행과의 제휴를 이뤄낸다면 순식간에 업비트의 점유율을 따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국민은행과 제휴를 위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 “국민은행과의 제휴가 불발된다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의 점유율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면서 “농협은행과 재계약이 진행될 상황에 대비해 거래소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 역시 세워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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