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최근 사옥을 옮긴 고려아연이 그들의 친환경 사업 중심 중장기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제대로 시동을 걸기 시작한 모양새다. 오랜 동업자였던 영풍과 같은 건물에 있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의 과감한 신사업 확장을 마뜩찮아 했던 영풍의 눈치를 봐야 했는데, 이제는 완벽한 분리에 들어가며 원하는 대로 확장을 시도할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31일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신사업 확대를 위해 직원뿐 아니라 외부 임원들을 다수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인원을 새롭게 확충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들이 사실 영풍빌딩에서는 매우 좁았다”라며 “바로 옆 팀이랑 거의 붙어서 일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신사옥으로 오면서 새로운 인력들을 확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굉장히 많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9일부로 영풍과 함께 썼던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나와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해당 건물에는 고려아연 본사는 물론 서린상사와 켐코, 한국전구체주식회사 등 핵심 계열사 직원들 역시 함께 자리해 있다.
신사옥 확장으로 영풍 눈치 볼 이유 없어진 고려아연
이러한 환경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3대 축으로 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한층 더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본디 양사가 경영권이 독립돼 있는 만큼 그동안 고려아연이 영풍때문에 신사업에 제동이 걸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동업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만큼의 확장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려아연 측은 이야기한다. 때문에 종로로 본사를 옮긴 것 역시 영풍과의 완전히 이별하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매년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세가 많이 확장되고 있다”라며 “호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고 확장하면서 그쪽 업무를 처리할 인원들도 굉장히 많이 필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지난 4월에는 미국 스크랩(고철) 리사이클링 기업 캐터맨을 인수한 데 이어 5월 호주 소재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의 풍력발전소 지분 30% 인수를 위해 38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서린상사 가운데 두고… 영풍과 불편한 관계는 이어질 듯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 고려아연이 최근 영향력을 크게 더한 서린상사의 활용도를 넓힐수 있을 지의 여부 또한 업계의 관심사다.
서린상사는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해외 유통 및 판매 계열사로, 고려아연이 지분을 66.6% 소유하고 있으나 대표자는 영풍이 세우는 식으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해당 회사를 통해 그간 양사는 자사 제품의 수출을 진행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영풍의 사이가 나빠지며 고려아연은 서린상사를 내·외부적으로 장악해 자사의 영향력을 더 키워놓은 상황이다.
우선 최근 서린상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9인 중 8명을 고려아연 측 인사로 채우는 한편, 전 온산제련소장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을 서린상사 대표이사로, 김재선 전 서린상사 대표를 사업 부문 사장으로 복귀시키는 등 영풍 인사들을 몰아내고 자사 측 인물로 채웠다. 여기에 신사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영업팀과 서린상사의 해외영업팀을 같은 층에 배치한 것도 그 예시다.
그렇지만 서린상사를 가운데 둔 양측의 불편한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풍 측에서도 최근 서린상사에서 근무하던 팀장 이상급 직원들을 일부 영입하며 서린상사를 통해 유통하던 수출 물량을 유지할 뜻을 밝힌 데다, 고려아연 측에서도 당장 서린상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져올 의지는 없어 보이는 만큼 둘 사이의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서린상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집단 기준으로는 여전히 영풍그룹 계열사다. 완전 자회사화를 할 의향은 없다”라면서도 “영풍에서 해외 영업을 (단독으로) 하게 되면 서린상사에서 취급하는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영풍 외에 다른 고객사를 찾기 위한 노력은 할 것 같다. 물량을 저희 쪽에서도 많이 받지만 다른 쪽에서도 확보해서 사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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