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금지 예고에…상장사 “재산권 침해” 반발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 배정 불가
“세금부담 커지고 소액주주 불리”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상장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업을 쪼갤 때 오히려 대주주 영향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마법’을 금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취지지만, 상장사들은 재산권 침해는 물론 소액주주에게 외려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금융위원회에 상장사가 인적분할·합병 등 조직재편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입법예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자사주 마법’이 코리안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및 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규정변경 예고했다. 이는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된다.
자사주 마법이란 A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로 인해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A가 기존회사 A와 신설회사 B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A 자사주 몫으로 배정된 B의 신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생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대주주는 자사주에 배정된 신주만큼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장협은 이같은 자사주의 신주 배정 금지가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하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안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제한해야 하는데, 자사주의 신주배정 금지는 이 세 경우에 포함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상장협은 “자사주에 배정된 분할신주는 존속회사의 재산인데 이 권리 제한은 존속회사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배주주의 지배력에 의한 이사회 장악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로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면 분할 전·후 지분율을 왜곡해 적격분할로 인정받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요건을 채워 적격분할이 되면 과세 이연,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자사주에 대한 신주를 배정하지 않으면 지분의 연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막대한 세금부담이 지워진다는 얘기다.
오히려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우려도 나왔다. 상장협은 “합병 이전에 보유주식을 처분하려는 유인이 발생한다”며 “소멸회사의 주식이 증가해 주가가 하락하고 이는 합병 비율에 영향을 미쳐 소멸회사 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관한 지적은 상장회사 고유의 문제가 아니므로, 근본적으로 자사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상법에서 정할 사항”이라며 “미국·영국·독일 등은 은 자기주식을 미발행 주식으로 취급해 자사주에 신주를 미배정하는데 동일한 규정 도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상법 전반을 개정해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