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허제원 기자]
언젠가 본 영화인 듯 하지만 내용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제목이 모든 걸 설명하듯 학교 성적을 행복의 잣대로 쓰지 말자는 영화의 메시지는 각인돼 남아있다. 각인은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성적을 이야기하는 부모님에 맞서는 근거가 됐고 학부모가 된 지금은 성적에 따라 자식의 기분이 변화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행복이 성적순이 되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다. 물론 대학에 입학할 때 성적이 필요하지만 입학한 대학 순위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게 하면 된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 해보면 대학 순위가 인생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닌걸 알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행복은 투자 성적순인거 같아 슬퍼진다. 물질만능주의로 돈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많이 보았기에 행복은 투자 성적순이라는 것이 명제는 아니다. 다만 말을 ‘기업의 투자 성적이 나쁘면 투자자는 행복하지 않다’로 바꿔보면 이견을 달 사람이 있을까.
큐텐사태를 바라보며 행복이 걱정되는 투자자들이 있다. 2021년 약 3조4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던 이마트 주주들이다. 지금은 유통 공룡이 된 쿠팡을 비롯해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무수히 많은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던 시기에도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무너지지 않는 아성을 구축한 것 같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공룡이 되는 비전을 제시했던 이마트의 현재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얼마에 인수하는지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말을 통해 보면 지금 이베이코리아가 얼마짜리인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던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가 인수한 이후인 2022년 65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3년도 32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이익을 볼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으니 2년의 적자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15년간 온라인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하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던 이마트와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점에서 난데없는 적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구멍가게 한번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기업의 사업을 논한다는 게 주제 넘는 일일 수 있다. ㅎ자만 이마트가 영위하는 사업은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패턴 변화를 살펴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할인점, 백화점처럼 바잉파워를 앞세운 공룡들의 가격 공세에 무너지고 말았다.
IT혁명으로 비용절감을 이룬 온라인 시장의 등장으로 많은 소상공인들은 오픈마켓이라 불리게된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이 긴장하게 만들었고, 대기업들도 SSG닷컴, 롯데온, 11번가와 같은 사업을 들고 나오게 했다.
이에 대응해 이마트는 오픈마켓 1위였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유통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장은 직매입 직배송을 통해 구매비용과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을 하는 쿠팡에 밀리는 형국에 와버렸다.
지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베이코리아는 매출이 줄고 적자가 나긴 했지만 상황이 급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마트가 인수하는 과정에 복잡한 구조를 넣지 않아서 위기가 증폭될 위험은 없어 보인다. 지마켓의 자기자본은 2023년 연말 기준 2293억원으로 2023년 발생한 114억원 당기순손실 대비 여력이 있다. 지마켓을 100% 보유한 아폴로코리아도 부채가 전혀 없고 지마켓의 평가도 2800억원으로 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보유한 에메랄드에스피브이로 가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에메랄드 에스피브이는 2800억원의 장부가치를 가진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3조5709억원으로 평가하고 있고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100% 소유한 이마트 재무제표에는 아폴로코리아를 3조58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분율과 자산가치로만 평가하면 2000억원 정도인 지마켓 가치를 이마트 재무제표에서 3조58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3조원이 넘는 가치 차이는 지마켓 수익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데 2년 연속 적자인 지마켓의 가치를 계속 높게 평가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큐텐사태와 11번가를 대하는 SK그룹을 보면 지마켓 지분 80.01%의 가치가 3조5870억원을 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마트 주주들에게 행복은 투자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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