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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처음부터 작정했나”… 드러난 판매대금 유용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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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지만 사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더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임한별 기자

기대했던 구영배 큐텐 대표의 질의 시간이 실망과 의혹만 남긴 채 끝났다. 지난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큐텐의 자금 유용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를 안건으로 회의를 열었다. 큐텐그룹에서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임의 출석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이후 구 대표가 처음으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질의 시간 내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중요한 질문에선 말끝을 흐렸다. 그는 “폰지 사기(돌려막기식 금융 사기 수법)나 시간 끌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동안의 정황을 놓고보면 반대 증거들만 가득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티메프 판매대금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류광진 티몬 대표는 “큐텐그룹 내 큐텐테크놀로지(큐텐테크)라는 회사가 티몬의 재무를 관리했다. 티몬은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으로 재무 조직이 없다”고 답했다. 위메프 대표도 재무를 같은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큐텐이 티몬과 위시를 인수한 뒤 조직을 개편하면서 재무 관리 시스템을 변경했다. 인수 회사의 자금을 그룹에서 유용하려 했다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회의장에서 “이 자리에 재무를 맡은 재무본부장이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구 대표는 “재무본부장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

티몬·위메프 인수 후 정산 주기 변경

이커머스 업체별 정산 주기. 티몬과 위메프가 비상식적으로 길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구 대표가 계열사의 자금을 유용하려고 계획했던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티몬과 오랫동안 거래해온 한 판매자는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티몬에서 물건을 판매하면 일주일 단위로 정산을 받을 수 있었는데 2023년부터 갑자기 정산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티몬을 인수한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큐텐은 티메프를 인수한 후 이들 회사를 2차 PG(전자지급결제 대행업체)사로 등록했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들의 대금을 티메프가 직접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결제 대행업체는 KG이니시스, 토스, KCP 등 1차 PG사, 위메프와 티몬 등 2차 PG사로 나뉜다. PG사를 한 단계만 거치면 소비자 결제-PG사-판매자로 프로세스가 간단하지만 2차 PG가 추가되면 조금 복잡해진다.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고 결제하면 이것을 카드사가 1차 PG사에 보낸다. 이 자금은 다시 2차 PG에 전달되고 2차 PG사는 이를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2차 PG인 티메프가 자금을 40일 이상 묶어뒀다가 판매자에게 정산했다. 티메프는 정산 자금을 최대 67일까지 묶어두는 정산 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이날 구 대표는 횡령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티몬의 판매대금 정산금을 미국 회사 위시 현금으로 인수할 때 산 게 맞냐”고 묻자 구 대표는 “맞다.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대답했다. 티몬의 판매대금 정산에 쓰여야 할 자금을 미국 회사 위시 인수 때 활용했다고 공식 인정한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도 “(티메프의)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누리꾼들은 “저 정도면 처음부터 사기와 횡령을 작정한 것 아니냐” “티몬처럼 큰 회사에 재무팀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누가 중간에서 횡령해도 모르도록 회사를 만들어놨다” “이 지경이 되도록 금감원은 뭘 하고 있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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