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유소영] 이번 칼럼은 정희원·정현우 공저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를 향하는가>에 대해 쓰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순식간에 삭제되는 나의 가처분 시간에 대한 고민도 중요했지만 2021년 12월 출근길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투쟁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빼곡한 아침 출근 지하철을 타다 보면 때론(아니 사실 매일) 힘들어서 얼이 빠지기도 하고, 옆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실제로 싸움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고 때문에 지하철이 늦기도 한다.
우리는 지하철이 1, 2분만 늦어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우리 출근 시간은 그만큼 빡빡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1분만 늦어도 나에게 주어질 불이익이, 나에게 쏟아질 질책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재생된다. 그런 바쁜 마음이, 지친 마음이 우리를 여유 없는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런데 이런 바쁘고 힘든 출근 시간에 집단으로 지하철을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집단으로 지하철을 타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매 역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우르르 타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휠체어를 타고 있고, 그들의 승하차를 위해서는 지하철이 승강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하철은 제때 출발하지 못하게 됐고, 곧 난리가 났다. 사실 제때라는 것도 사회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지워버리고 만든 기준이 아닐까.
그 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사람들이 집단으로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마다 이런 난리가 났다. 사실 이들 행동을 지하철 탑승 시위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들은 시민으로서 이동할 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 시위가 정당한지 여부는 장애인 현실상 충분히 고려할 방법이라는 동조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에 이 시위로 무고한 시민에게 시간적,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미신고 집회라는 점에서 부정적 의견도 있다.
사실 전장연 시위 때마다 동원되는 인력으로 그들 승차를 막을 것이 아니라 승차를 돕는다면 무리 없이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탑승 시위가 1년여간 지속되자 전장연이 모인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고 2023년 말부터는 이들이 승강장에 모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태도가 그들 시위를 돕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요구 가운데 하나는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서울시와 관련 기관이 약속한 대로라면 원래 2004년까지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100% 설치되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대신 휠체어 리프트가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휠체어 리프트가 사고와 수치심 문제로 정당한 편의시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다 숨진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는 이동권 시위의 계기가 되었다.
사실 엘리베이터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 비장애인도 선호하는 시설이다. 어느 날, 나는 보통 지하철 끄트머리 칸을 타지만 중간 칸을 타보기로 한 적이 있다. 잠시 후 내릴 역에서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앞뒤 안 가리고 우르르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모두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고 있었다.
보십시오, 여러분들. 비장애인도 엘리베이터 좋아합니다.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세요.
|북에디터 유소영.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슬픈 출판 기획편집자. 요즘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