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하나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보험 시장에 잠재 매물이 많이 나와있으나 하나금융은 섣불리 M&A를 시도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보험 계열사의 내실을 다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 측은 M&A를 위한 자금여력은 충분하며, 계열사의 자체적인 영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외연 확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생명에 2000억원, 하나손해보험에 1000억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각각 의결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보험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유는 보험 계열사들이 지주사 실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68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2조209억원과 견줘 2.4%(478억원)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하나생명은 상반기 92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1년 전(131억원)보다 오히려 29.4%(39억원) 감소했다. 하나손해보험은 -180억원에서 -156억원으로 24억원 적자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 행진을 달리고 있다. 하나증권이 1년 전(346억원)보다 339% 늘어난 1312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것과 대조된다.
하나금융 측은 유상증자에 대해 “자회사 경쟁력과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나손해보험의 주력 상품인 원데이자동차보험의 경우 1.51%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저조한 편이다. 즉, 자금을 투여해 영업력을 강화해야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하나금융이 M&A 같은 외형 확장을 뒤로 미룬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이 자회사에 꾸준히 자본을 출자하면서 자금 여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8.7%로 집계돼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우리금융(97.7%), KB금융(98.3%)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심지어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30%에 근접한 모습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 대비 자회사 출자총액 비율을 뜻한다.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M&A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낮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M&A에 투입할 자금여력은 더 줄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선을 그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보험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을 뿐 M&A 전략을 수정한 게 아니다”라며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으면 검토하는 게 맞고, M&A를 하기 위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양재혁 하나금융 전략 총괄(CSO) 또한 지난 26일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컨퍼런스콜에서 “타 금융그룹과 비교해 보험 등 비은행 부분이 약한 것은 맞다”며 “자체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기에 M&A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투 트랙 노선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M&A를 위해 무리한 자금을 투입하진 않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좋은 매물, 가격, 그룹사와의 시너지 등을 모두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며 “무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고평가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기업가치가 ‘뻥튀기’됐다는 것이다.
작년 302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M&A 시장에 나온 매물 중 가장 우량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매각 측에서 무려 3조원이 넘는 돈을 제시하는 바람에 6월 본입찰에서 하나금융을 포함한 금융지주들은 참전하지 않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무리 매물이 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돈을 쓴다면 그룹사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하나금융이 내실 다지기와 M&A 투 트랙을 추진하려 한다면 지금처럼 무리하게 가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