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최대 단일주주인 비덴트가 수년간 묶여있던 빗썸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간 매각을 옥죄왔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덴트는 내달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600억원 규모의 토지 및 건물을 처분해 해방공탁금을 마련, 빗썸홀딩스 주식 3424주의 가압류 집행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검찰은 이른바 ‘빗썸 회장’으로 불린 강종현씨의 횡령 및 사기사건과 관련, 강씨가 가진것으로 추정되는 비덴트 소유 빗썸 지분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강씨는 지난해 빗썸 가상자산 상장 청탁을 공모하고, 주가를 조작하는 등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한 때 배우 박민영씨와 열애설로 회자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강씨는 표면적으로는 빗썸과 관계가 없다. 그는 빗썸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강지연 대표의 오빠로, 빗썸 및 관계회사에서 공식 직함을 가진 바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실질적으로 빗썸 경영에 참여하고, 재산을 대부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덴트 소유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 주식 역시 그의 개인재산이라 보고 추징보전을 결정했다. 이에 비덴트는 정부를 상대로 제 3자 이의의 소를 수 차례 제출했으나 모두 기각됐었다.
법적 리스크 해소 요인은 하나 더 있다. 2년을 끌었던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의 가압류 신청이 24일 기각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빗썸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비덴트는 김 회장이 취득하지 못한 빗썸홀딩스 지분 중 23%를 인수해 단일 최대주주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김 회장은 이에 비덴트 소유의 빗썸코리아 주식 60억원과 빗썸홀딩스 주식 404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청구했다. 법원은 당시 이 전 의장과 김 회장 관련 형사재판이 결정된 이후 본안 소송을 진행하겠다 밝혔다. 결국 법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 주식에 대해 각각 29억원씩 가압류만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비덴트가 소유한 빗썸 관련 지분은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와 빗썸코리아 주식 10.2%다. 빗썸의 실소유주는 빗썸코리아의 여러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 빗썸홀딩스의 지분 65%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이정훈 전 의장으로 알려져 있다. 비덴트는 단일 지분만 놓고 보면 빗썸홀딩스 최대주주다.
빗썸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라고는 하지만 최대주주인 비덴트가 누린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수 년간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 비덴트와 빗썸 모두 주가가 미끄러지거나, 지분 인수 시도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앞서 비덴트는 지난 2022년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와 빗썸 지분매각을 논의하기도 했다. 양사는 연초부터 반년 넘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인수 막바지에 다다른 같은해 8월 김병건 회장이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FTX가 문제를 제기, 결국 무산됐다.
비덴트는 빗썸 지분으로 인해 상장폐지의 위기에도 놓이게 됐다. 지난해 강씨 소유로 알려진 지분에 대해 검찰이 추징보전을 청구하면서 2022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주권매매가 정지됐다. 이후 비덴트는 2023년에도 연속으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방공탁이 받아들여지면 비덴트가 보유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 예상한다. 비덴트는 관련 리스크로 2021년 이후 지분가치가 8분의 1토막이 났다. 비덴트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부채는 766억원,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442억원에 달한다. 당장 지분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해야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
다만 빗썸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비덴트가 산정한 빗썸홀딩스 지분 34.2%와 빗썸코리아 10.2% 가치는 약 4200억원 가량이다. 지난 2020년 당시 FTX와 논의한 매각가는 4조원 가량이었다. 평가금액이 실제 가치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해도 턱없이 낮아진 금액이다.
비덴트 관계자는 “아직 매각과 관련해 만족할만한 제의를 받은 것은 없다”며 “다만 관계사들과 주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치 창출원인 빗썸을 매각하는것 보다 당장은 비덴트의 거래 재개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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