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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 물피도주 CCTV 확인 막혀 피해 속출, 아파트 주차장 안전 사각지대 되나?…범죄자 보호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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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박순모 기자] 주·정차된 차량에 피해를 준 뒤 특별한 사후 조치 없이 현장을 도주하는 물피도주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피해차주가 CCTV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 변경되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물피도주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차량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 벤츠 E클래스를 주차한 A씨는 차를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범퍼와 헤드라이트에 심한 파손이 발견된 것이다. 전날 밤 주차 후 차를 확인했을 때는 없던 손상이었다.

A씨는 CCTV를 확인하고자 아파트 관리소를 찾아갔다. A씨는 아파트 관리소의 직원에게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이라 경찰관을 대동하지 않고서는 확인시켜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파트 관리소의 CCTV 저장 기간이 짧아 초조했던 A씨는 경찰서에 연락해 해당 내용을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CCTV 영상은 피해차주가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A씨는 해당 통화 내용을 근거로 아파트 관리직원에게 CCTV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파트 관리직원은 ‘CCTV를 확인시켜줄 수 없다’라며 ‘해당 영상에는 타인의 자동차 번호 혹은 타인이 노출될 수 있기에 확인시켜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포털에 게시된 자료

A씨는 해당 내용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포털에 게시된 자료를 근거로 다시 한번 CCTV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은 역시 같았다. 결국 A씨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국번 없이 118)에 전화해 상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실제 상담 내용 전문이다.

A씨: 제가 문의사항이 있어서 연락드렸고요. 제가 오늘 한 세 차례 정도 전화하면서 의문점이 좀 생긴 게 있어서 연락을 드렸는데요. 이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상황과 관련해서 아파트 관리실에 CCTV 열람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갖고 개인 정보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문의를 한 세 차례 드렸는데.

상담원: 네 상담하셨던 내용 보고 있어요.

A씨: 개인정보포털의 운영 가이드라인에 있는 한 문장의 해석이 기존과 상충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이전 상담사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정보 요청 주체가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영상 정보는 정보 요청 주체가 촬영된 영상에 한한다.’에서 정보 요청 주체를 사람으로만 해석하시는 것 같아서요.

상담원: 개인적인 의견이긴 한데요. 작년까지는 요청주신 것처럼 차량 자체는 사물이지만, 번호판이 있기 때문에 정보 주체로 해석해서 CCTV 열람에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근데 저희도 지침이 올해 변경이 돼서 이렇게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지침이 변경되다 보니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가이드라인(해설서) 자체가 작년 9월에 법이 일부 개정된 이후 나오지 않아 저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통화 내용을 요약하면, 현재 아파트 주차장의 CCTV 확인 요청은 요청한 영상에 요청한 사람이 등장하는 부분만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까지는 타인의 차량 번호나 타인이 노출되는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상태로 확인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정보 요청 당사자가 등장하는 부분의 영상만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피도주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 차량의 차주가 CCTV에 노출되는 영상만을 공개할 수 있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차주가 없는 사이에 주정차된 차량에 파손을 입히고 도주한 것이 곧 ‘물피도주’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에서는 물피도주로 인한 사고 접수 민원이 폭주하다보니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찰은 이를 위해 피해자의 CCTV 직접 열람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즉, 물피도주 혐의로 형사처벌이 되려면 ‘가해자가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에 사고를 낸 뒤 조치 없이 떠났다’라는 ‘고의성’을 피해자가 알아내어 입증해야 한다. 개인이 직접 CCTV를 열람하여 확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은 물피도주의 특성이나 경찰력의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사람’에게만 적용시켜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대로는 아파트 내에서 주정차 충돌사고를 일으켰다면 무조건 도망치고 보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특히, 유튜브와 인터넷에는 과거의 기준으로 ‘아파트 주차장 CCTV 열람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들이 많다. 늘어나는 아파트 주차장 물피도주에 대한 정부당국의 시급한 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녹색경제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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