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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를 무시”…뒤틀린 독신, 6명 성폭행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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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모두에게 알려진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보다 3년 더 일찍 충남 공주에서는 이미 동종의 범죄가 발생했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1건의 미수 사건을 포함해 6명의 부녀자가 성폭행, 살해를 당하는 참혹한 범죄가 연거푸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과 시기가 겹쳐 이춘재가 범인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동일범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 연쇄살인의 시작…우발적 범행 뒤 익사로 위장

1983년 7월31일 저녁. 충청남도 공주에 사는 여성 A 씨(50)는 평소와 다름없이 밭일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기 위해 근처 인적이 드문 계룡산 일대의 계곡으로 향했다.

이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강창구(31)는 순간의 욕정을 느껴 여성에게 조용히 다가가 흉기로 위협한 후, 물고문하듯 머리채를 붙잡고 실신할 때까지 한참 동안 물에 넣었다 뺐다를 수차례 반복해 실신하게 만든 후 물 밖으로 끌어내 성폭행하며 욕구를 채웠다.

우발적이었던 첫 범행 뒤 겁이 난 강창구는 A 씨가 익사한 것처럼 위장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계룡산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공주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이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A 씨가 집을 나갈 이유가 없었기에,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후 무사히 곧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A 씨는 며칠 후 소룡길 계곡에서 알몸 상태의 사체로 발견됐다. 주변에서 옷가지가 발견됐지만 특이점이 없어 경찰은 A 씨가 멱을 감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보고 단순변사로 처리했다.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 여름에 멱을 감다 변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A 씨가 살해됐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7개월 뒤 두 번째 범행…또다시 단순 변사 처리

그로부터 약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A 씨의 죽음이 잊혀가던 그 시기 자신의 첫 번째 범행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자 성공했다고 생각한 강 씨는 우발적이었던 첫 범행과 다르게 범행을 계획하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1984년 2월 21일 오후 1시쯤, 흉기를 소지하고 계룡산 일대를 배회하며 대상을 찾던 중 여성 B 씨(51)가 눈에 들어왔다. 인천에 거주하던 B 씨는 인근 낙암사에서 불공을 드리고 홀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강 씨는 B 씨에게 첫 번째 범죄와 동일하게 흉기를 들이대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두 달 뒤 범행 장소 인근 내흥리의 한 야산에서 B 씨가 발견됐지만 이미 상당히 부패한 상태여서 육안으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 국과수 감정 결과 독극물 검사 등 증거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이번에도 단순 변사로 처리됐다.

강창구는 자신의 범죄가 모두 단순 변사로 처리되자 범행에 대한 자신감에 빠졌다.

◇ 세 번째 범행 미수에 그쳐…A, B 씨의 죽음에 의혹 커져

이후 8월 19일 오후, 공주에 사는 20대 여성 C 씨가 1차 범행 장소 근처 산길에서 변을 당할 뻔했다. 산길을 지나던 중 숲에서 뛰쳐나와 자신을 위협하며 깊은 산속으로 끌고 간 강창구가 자신을 강간하려 하자 격렬히 저항했다. 이에 강창구는 범행을 포기하고 사라졌다.

강창구의 세 번째 범행이 미수에 그치며 마을에는 괴담이 나돌기 시작했다. 앞서 사망한 A, B 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도 커지기 시작했다.

강창구는 살인 횟수가 늘어갈수록 더욱 과감한 모습을 보이며 범행 주기가 짧아졌던 다른 연쇄살인범들과 달리 한 번 범행을 저지르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인 본능을 잠재웠다.

◇ 두 번째, 네 번째, 다섯번째 희생자 모두 같은 절 주변서 발생

강창구는 1년 후인 1985년 7월26일 또 낙암사로 통하는 길목에 숨어 있었다. 이때 이 지역에 놀러 왔다가 기도하러 가던 길 D 씨를 발견한 그는 인적이 없는 계곡까지 끌고 가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주머니를 뒤져 현금 15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한 달 후 발견된 시신 역시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없었다. 시신에서는 타살 정황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D 씨가 범죄 피해를 봤다고 볼 만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 목격자도 없는 데다 외지인인 탓에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살인은 끝나지 않았다. 1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1987년 1월29일 오후, 냉각기를 갖던 강창구는 다시 범행을 감행했다. 낙암사로 가는 산길에 숨어 절에서 내려오는 E 씨(47)를 발견하고는 성폭행한 뒤 앞선 범죄와 유사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E 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인근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당시 강창구가 나뭇잎 등으로 시신을 덮어놔 경찰은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두 번째, 네 번째, 다섯번째 희생자는 절에 가는 길이거나 갔다 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모두 같은 절이었다.

◇ 여섯번째 희생자…한 달만에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살인

한 달 후인 2월28일 오후 교회에 다녀오던 F 씨(57)를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목격한 강창구는 그를 논둑길 옆 논바닥 가운데로 끌고 가서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 후 가방 속에 있던 현금을 모두 털어 달아났다.

이후 발견된 시신에는 찰과상이 있었고, 속옷이 벗겨진 상태였다.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신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고, 성폭행과 살인의 흔적도 명확하게 확인됐다. 앞서 사망한 여성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시작됐고, 연쇄살인 사건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수사가 시작됐다.

◇ 마지막 희생자 발생…인근 사찰 스님에게 결정적 증언 확보

경찰은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지만, 강창구는 또 한 달여 만에 자신의 살인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고, 1987년 4월1일 오후 마티고개에서 G 씨(48)를 같은 방법으로 성폭행 후 살해했다.

강창구에게 살해당한 마지막 희생자였다.

경찰은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그러다 찾고 있던 G 씨가 아닌 뜻밖의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5차 사건의 피해자 E 씨였다. 추운 겨울이라 시신의 부패가 심하지 않았다. 허벅지 부분에서는 흉기에 의해 상처가 있었다.

하루 뒤 G 씨의 시신도 추가로 발견했다. 목에 피멍이 들고, 얼굴에는 손톱으로 긁힌 상처가 있었다. 또 하의는 모두 벗겨져 있었다.

경찰은 ‘연쇄살인’에 초점을 맞추고 범행 인근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인근 사찰의 스님에게 유력한 용의자의 인상착의에 대한 결정적 증언을 확보했다.

키 165㎝가량에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30대 사팔뜨기 남성이었다.

◇ “잡으러 올 줄 알고 있었다”…여성에 대한 뒤틀린 감정으로 연이은 범죄

경찰은 스님의 진술을 토대로 공주 옥룡동에 사는 ‘독신남’ 강창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체포 당시 잠을 자고 있던 강 씨는 양손에 수갑을 차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잡으러 올 줄 알고 있었다”며 체포에 순순히 응했고 변사로 처리된 범행까지 자백했다.

일찍이 부모를 잃은 강 씨는 항상 외톨이였고, 어릴 때부터 놀림을 받았다.

또 사팔뜨기인 데다가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를 저는 등 신체적 장애 탓에 사회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던 그는 이로 인해 자아가 상처를 입었고 그 분노와 증오, 욕망을 부녀자들에게 표출했다.

한 번도 여성들과 교제한 적이 없는 강창구는 경찰에서 외모 탓에 자신을 피하는 여자들에 대한 뒤틀린 감정을 풀기 위해 생각이 날 때마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결국 연쇄살인 이전 절도, 폭력,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모두 2년 6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그는 출소 후인 1983년 7월부터 1987년 4월까지 6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가 됐다.

6명을 살해하고 성폭행한 강창구는 사형선고를 받았고 1990년 4월17일 흉악범 9명과 함께 사형이 집행됐다. 마지막 가는 길에 그는 자신의 눈과 콩팥 등 장기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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