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환불 대란, 높은 상품권 할인, 선결제 후 상품권 발송, 폰지사기 의혹’
최근 불거진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의 공통점이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다르지만, 대금 지급이 불가능 상태에서 서비스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는 점에서 티메프 사태는 머지포인트 사태와 닮은꼴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티메프가 머지포인트처럼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사측 관계자 5명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검찰은 현재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경영진에 대한 법리 검토에 나섰다.
티메프 사태는 지난달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그룹의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에서는 판매자(셀러) 대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벌어졌다. 입주 판매자들은 정산금을 받지 못하자 여행 상품을 취소하는 등 일반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현재는 전자지급경제대행업체(PG)들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결제·취소 등 신용카드 거래까지 모두 막힌 상태다.
피해자들은 양사 본사를 찾아가 환불 대란이 벌어졌다. 양사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하다. 당시 머지포인트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제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머지머지’를 20% 할인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전자금융업자 등록 없이 사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 중단 및 사용처를 축소했고 이후 환불 대란이 이어졌다.
당시 머지머니 구매자의 실제 피해액은 751억원, 머지포인트 제휴사의 피해액은 253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수사 및 재판 결과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음에도 피해자 57만명에게 고지하지 않고 머지머니 2521억원어치를 판매해 편취했다는 취지다.
이를 감안하면 수사 당국도 티메프에 사기 혐의를 우선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법무법인 심 소속 심준섭 변호사는 “상품권 선 판매, 정산 대금을 줄 수 없는데도 쇼핑몰을 운영한 행위는 ‘폰지 사기’에 해당한다”며 고소 배경을 밝혔다.
또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키우기 위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혐의, 방만한 회사 경영 등이 배임이나 횡령이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 그룹의 판매 대금 중 일부를 미국 회사인 ‘위시’를 인수할 때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때는 소비자들이 미리 구입한 상품권을 환불받지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의 경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의 현금 흐름이 막혀 연쇄 부도 가능성도 있다.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파악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규모는 21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결제 대금을 셀러에 썼는지 다른 데 유용했는지가 관건으로, 수사로 유용했다는 게 밝혀지면 사기나 횡령 가능성 높다. 머지포인트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현금 필요해 상품권을 할인해 판매하는 식으로 자금을 돌린 거라면 사기, 다른 큐텐 계열사에 필요한 자금을 막는 데 돌려썼다면 횡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가 인수 대금으로 판매 대금을 사용했다고 시인한 부분에 대해선 “회사 자금을 차용증, 담보 없이 딴 데 썼다면 횡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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